‘공기업 상장으로 우량주 고갈현상을 해소하자.’ 증권선물거래소가 4일 대형 공기업과 10대 그룹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번 증시 활황을 계기로 국내 자본시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특히 공기업 상장을 통해 우선적으로 유통물량 고갈현상을 해소한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오너체제 아래에 있는 비상장 대기업보다는 금융허브를 주창하고 있는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공기업 상장이 더 손쉬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주가상승 요인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증시의 급등현상은 경기요인보다 주식공급의 위축 등 구조적 요인에서 발생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지난 97년 12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종합주가지수가 202% 급등하는 동안 주식 수도 84% 늘어났지만 2003년 3월 이후 시작된 이번 상승장에서는 주가가 122% 오르면서 주식 수는 27%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우량 공기업과 대기업 비상장사를 상장시켜 우량주 부족현상을 해소하는 동시에 증시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문제는 상장 주체들의 상장의지와 정부의 지원 여부. 특히 공기업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상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비상장 대기업의 경우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기업 상장의 키를 쥐고 있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는 기본적으로 우량 공기업의 주식공급 계획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상장의 전제조건으로 민영화가 필요하며 민영화 범위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기업 상장을 위해서는 민영화의 범위가 중요한데 일단 의무상장비율이 10%이므로 이 정도만이라도 정부 지분을 매각, 상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비상장사의 상장 역시 민간기업이 자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장일정을 논하기는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최근 들어 롯데그룹 계열의 롯데쇼핑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증시가 장기 활황 국면을 보이고 있어 대기업들의 상장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이들 우량 기업의 상장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의 공급확대는 필연적으로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계속해서 유입되는 유동성에 의지해 시장이 견뎌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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