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디오콘에 매각될 예정인 대우일렉의 기술유출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디지털 TV 등에 적용되는 상용화 기술뿐만 아니라 개발단계에 있는 핵심기술 유출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은 12일 “리플우드ㆍ비디오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됨으로써 매각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그러나 매각 이후 기술유출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 기업 CEO가 해외로 기술유출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07년형 김치냉장고 클라쎄 신제품 발표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일렉이 보유한 1만건의 특허 등 관련기술이 인도의 비디오콘에 넘어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일렉은 현재 PDP TV 화면의 화소간 색번짐을 방지하는 CCF(Capsulated Color Filter) 기술, 최적의 자연식을 구현하는 화질엔진인 MGDI, 고화질(HD) 영상 무선전송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이미 개발을 완료한 디지털 TV 기술까지 감안하면 대우일렉의 기술력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특히 개발단계에 있는 핵심기술 유출 가능성도 제기돼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대우일렉의 한 고위관계자는 “상용화 기술뿐만 아니라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 직전의 핵심기술 유출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향후 투자문제도 적극 제기했다. 취임 이후 언론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온 이 사장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내부에서는 이 사장이 해외에 매각된 후 기술유출 논란에 휩싸인 쌍용자동차나 비오이하이디스ㆍ오리온전기 등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사장은 “신규투자를 유치해 기술우위를 확보하게 되면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매각에 협조해온 것”이라며 “비디오콘의 대우일렉 인수 목적에 대해 좀더 파악해봐야겠지만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과감한 투자를 유도하도록 사표 쓸 각오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우일렉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사실상 제대로 된 R&D 투자를 하지 못해 한계상황에 부딪혔다”며 “PDPㆍLCD TV 등 디지털 TV 부문은 R&D 분야를, 냉장고 등 소위 백색가전은 생산설비 중심으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또 “비디오콘 컨소시엄의 회사 실사과정에서 회사의 중장기 발전방안과 직원들의 고용보장 등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통해 상호 윈윈 전략을 찾을 것”이라고 밝혀 매각과정에 회사와 노조가 연대해 의견을 적극 전달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사장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매각가격이 다소 낮다는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우일렉이 가진 유형자산 외에 해외 네트워크와 영업 노하우, 핵심인재 등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인수합병(M&A) 일정과 관련 “이달 말 MOU가 체결되면 정확한 인수조건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오는 12월 말께는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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