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지수 향방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7일 “전날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신용융자를 이용한 개인투자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신용 물량은 규모가 크지 않아 부담이 적다”며 “오히려 주식형 펀드를 통해 증시로 유입된 자금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입자들의 상당수는 원금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은 총 5조7,948억원(14일 기준). 그러나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6조8,531억원의 자금이 유출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돈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5월부터다. 특히 6월과 7월에 각각 3조4,450억원, 4조5,964억원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로 유입되며 시장을 주도했는데 이 기간에는 코스피지수가 1,700~2,000대였기 때문에 이 시기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5월 이후 유입된 국내 펀드를 지수대별로 살펴본 결과 1,700대가 3조3,43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1,900대(3조1,186억원), 1,800대(2조3,888억원)가 뒤를 이었다. 반면 1,500대에 유입된 금액은 157억원에 불과했다. 김 팀장은 “지난 97년 이후의 사례를 보면 주가가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했을 때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다”며 “2,000포인트를 고점으로 봤을 때 지수가 1,600선 이하로 떨어지면 펀드 환매의 압력이 크게 나타날 수 있어 펀드 사이클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급 구조는 외국인이 팔고 기관투자가가 사는 구조인데 펀드 환매가 본격화되면 매수 주체가 사라지게 돼 지수는 하락하게 되고, 지수 하락은 또 펀드 환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면서 매수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 시기에 펀드 환매가 연이어 일어난다면 기관은 주식을 사기 전에 다시 팔아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의 지수하락은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게 작용됐기 때문에 펀드 환매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는 실물 변수에 충격을 주지 않는 단순한 위기이기 때문에 위기 해소 뒤에 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