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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빼고 ICT공룡은 허용… '우물안 금융'과 혁신경쟁 유도

■ 인터넷은행 연내 1~2곳 설립 인가

23년만에 인가… 업무영역 기존 은행과 동일

진입장벽·규제수위 낮춰 핀테크 활성화 유도

기업 사금고화 반론 여전… 국회통과 진통 예고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5차 금융개혁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터넷은행 도입은 국내 핀테크 활성화의 결정판과도 같은 사건이다. 그런 맥락에서 18일 발표된 정부안은 시장 친화적 접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가령 최저자본금을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원까지 낮췄고 영업행위 제한도 없앴다.

여기에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한도는 50%까지 확대했다. 정보통신기술(ICT)·게임·전자상거래 업체 등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분 한도를 당초 30% 수준에서 더 높인 것이다. '은산 분리'에 파격적 수술을 단행해서라도 인터넷은행의 판을 키우겠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종합하면 인터넷은행의 문턱은 낮췄고 참여에 따른 동기부여는 끌어올렸다.

변수는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다. 금융위원회도 이를 의식해 은산 분리 완화 조항에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대상인 대기업집단을 뺐지만 통과 여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금융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 개정에 매달리기보다는 되는 곳부터 물꼬를 터줄 것"이라며 "이르면 연내 출범할 인터넷은행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라면 은행법 개정도 탄력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풀 수 있는 것은 다 풀어 경쟁 촉진=한국은 핀테크 산업에서 후발주자다. 인터넷은행 도입도 지난 2002년, 2008년 연거푸 실패했다. 보신주의가 만연한 국내 금융풍토에다 규정 중심의 각종 규제, 여기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4%로 제한한 은행법 등은 갈 길 바쁜 핀테크 산업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된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융합 흐름에 올라타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안도 이런 인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핵심은 바로 진입장벽과 규제 수위를 낮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 인터넷은행의 업무범위만 봐도 기업대출을 비롯해 신용카드업·방카슈랑스·파생상품중개·어음인수 등이 모두 포함됐다. '이건 되고 저건 안 되는' 식을 버리고 일단 열되 '킬러 콘텐츠'를 알아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설립 초기 바젤Ⅲ 대신 바젤Ⅰ을 적용해 건전성 규제 부담을 덜고 IT 업체의 전산설비를 활용하도록 전산설비의 외부위탁을 허용한 것도 이런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 모델이 많이 나와 금융 서비스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경쟁이 치열해져 보신에 젖은 금융권에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주도 컨소시엄은 사실상 배제=금융당국은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부터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이들은 은행법 개정과 무관하다. 이 경우 이르면 연내 인터넷은행 출범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당국은 이와 관련해 평가기준을 공개했다. 차별화된 사업 모델, 산업 발전 기여, 해외 진출 가능성 등이다.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은 소망스럽지(바라지) 않다"며 은행에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2금융권과 IT 컨소시엄 인가에 무게를 뒀다. 은행이 최대주주인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이다. 시장을 바꿀 혁신 가능성이 낮아서다. 2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 OK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다수 증권사가 인터넷은행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상태다. 후보군이 많아 오는 9월부터 시작되는 예비인가 접수 때 업체가 난립할 여지도 있다. 이미 태스크포스를 만든 다음카카오, 전자상거래 업체 인터파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네이버 등은 은행법 처리를 예의 주시하면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된다.

◇ICT 공룡은 허용, 국회 논의 진통 겪을 듯=희비가 갈리는 쪽은 산업자본.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SK텔레콤·KT 등 통신사, 홈플러스·이마트 등 유통사는 인터넷은행에 참여할 기회를 잃게 됐다. 물론 KT 등 오너가 없는 대기업들은 개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의원을 설득할 여지가 남아 있다. 인터넷은행 참여의 길이 완전히 막히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당초 은행법 개정안에 대기업집단을 빼는 규정은 명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최종안은 여기서 후퇴했다. 국회 통과 부담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3조원 정도인 다음카카오에 대해서도 "대기업과 진배없다"며 벼르고 있는 야당의 분위기를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타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은행의 산업자본 사금고화를 막아야 한다는 반대파와 은행업 전망 및 제반 금융 현실을 감안할 때 은산 분리는 불필요하다는 찬성파 간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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