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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전직원이 의사결정 참여 “공동체”(재벌)

◎10년이상 근속자 70% 넘어 가족분위기/생산부문에 역량집중 부동산투자 “자제”동국제강그룹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형님」이란 호칭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들은 상사에게 어려운 부탁이나 결재를 할 때 「과장님, 부장님」보다는 「형님」을 즐겨 사용한다. 가정으로 전화를 할 때도 「형수님입니까」로 얘기를 풀어간다. 40여년을 오로지 쇳덩이에만 매달려온 철강전문기업이어서인지 남성적 문화가 바탕에 깔려있는데서 나온 이색적인 문화다. 그래서 동국제강에서는 「소주」냄새가 짙다. 동국제강 발자취의 곳곳에는 진한 소주향과 끈끈한 동료애가 배어있다. 장상태 회장이 부산제강소에서 회사를 키워나갈 당시 그는 도시락 뚜껑에 소주를 가득 부어 직원들과 주고받으며 일을 독려했고 이런 전통은 지금도 살아있다. 이 회사 직원들은 회식 때면 맥주나 양주보다는 소주를 찾는다. 동국제강은 가족주의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장기근속자들이 다른 기업에 비해 월등히 많다. 10년 이상 근속자가 전체 직원의 70%를 넘을 정도다. 한 직장에 근무하는 가족도 1백여명에 이른다. 직원들이 자녀나 친지를 추천하면 채용에 우선권을 준다. 사내결혼 커플도 임원부터 일반직원에 이르기까지 1백쌍이 넘는다. 직원들의 관혼상제도 확실하게 챙겨준다. 특히 직원이 상을 당하면 30여명의 「밤샘 조문팀」을 구성, 전국 어디라도 달려가 아픔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동국제강그룹은 다른 그룹에서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들도 『말이 그룹이지 그룹이라고 불리는게 쑥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거대한 조직의 그룹보다는 작고, 아담한 가족과 같은 성격이 강하다. 이 그룹에서는 1년 내내 사장단회의가 열리지 않는다. 그룹 기획조정실도 회장에게 보고하는 채널 정도의 역할만 담당할 뿐 업무조정 등 다른 그룹과 같은 적극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다. 장상태 회장도 사업의 방향과 큰 투자만을 챙긴다. 결재도 하지 않는다. 인력채용에서 부터 인사에 이르기까지 각 계열사의 자율경영에 맡기는 스타일이다. 자율경영체제가 정착되어 있는 셈이다. 자율과 함께 동국제강 그룹을 이끌어가는 경영철학은 합의경영. 오너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직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 그룹은 겉치레를 싫어한다. 적극적으로 회사를 알리려는 여느 기업과는 달리 과시할 줄을 모른다. 『기업의 규모가 커진만큼 알맞는 옷과 치장을 해야 한다』는 일부 젊은 사원들의 건의도 적지 않지만 실속을 먼저 따지는게 이 회사의 철학이다. 서울 수하동 본사사옥도 지난 74년 청계국민학교를 인수해 개조한 3층짜리 낡은 건물을 23년째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 영업담당 임원은 『방문객들마다 「이런 금싸라기 땅에 고층빌딩을 짓지 않고 왜 그대로 두느냐」고 말하지만 첨단시설을 도입하고 기술을 개발해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급하고 빌딩은 나중에 지어도 늦지 않다는게 장회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투자에 의한 기업력의 증대 또한 동국의 전통과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국제강의 근본은 쇠다. 40년간 철하고만 인연을 맺어온 장회장은 요즘도 사업다각화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일본 철강산업을 따라잡을 때까지는 말도 꺼내지말라』고 못박는다. 한 분야에서 1등을 못하는 기업은 다른 분야로 진출하면 안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다른 그룹에 비해 튼튼한 것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이같은 신념이 크게 작용했다. 동국제강은 국제 철강경기가 한창 호황을 누리던 지난 93년, 3백여명을 명예퇴직시키는 그룹의 슬림화를 단행했다. 『햇볕날 때 건초 말린다』는 장회장의 경영철학 대로 기업이 잘될 때 고칠 것은 고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 회사는 「소문 안나게 앞서가는 기업」이다. 철강업계에는 『동국제강이 추진하는 신기술 도입만 따라하면 틀림없다. 동국제강 사원은 1인 2역을 한다. 동국제강 출신의 엔지니어는 스카우트 대상 1호다』는 말이 통용된다. 동국제강은 「위기는 기회다」는 도전정신으로 무장된 기업이기도 하다. 창업 당시 10여만평의 소금벌을 매립 추진하자 재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사업을 펼치다가 위험한 지경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대규모 철강공장을 건설, 안정적인 조업을 이끌어냄으로써 이를 불식시켰다.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도 설비 합리화와 총력 원가절감, 전사원의 영업사원화 전략으로 이를 돌파했다. 고집스러운 동국제강 그룹이 격변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한상복> ◎화합의 노사관계/사,경영실정 성실공개/대화분위기 솔선 조성/날마다 정성스런 간식도/신뢰다지기에 한몫 동국제강의 현장근무자들은 매일 특이한 간식을 먹는다. 한여름에는 수박화채와 닭요리가 나오기도 하고 겨울철에는 따끈한 빵이 제공된다. 하루하루의 간식에는 집과 같은 짙은 정성이 담겨있다. 관리직 간부들은 좀더 싱싱하고 먹음직스런 간식을 위해 직접 차를 몰고 나가 구입을 해오기도 한다. 동국제강은 현장직원들을 대상으로 간식 메뉴 수요조사를 수시 실시하고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우선순위를 정해 공급한다. 이 회사 노동조합 사무실은 「사랑방」 구실을 한다. 누구나 방문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조합원이 전세문제 등으로 소송에 걸려있을 때 변호사를 통해 해결을 모색해주고 가정의 세세한 일까지 챙겨준다. 회사는 노조의 불만을 경영적인 측면에서 보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왜곡된 시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나 경영자가 모르고 있던 요인을 노조가 개선 요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회사의 경영실정을 성실하게 공개한다. 이같은 풍토가 동국제강의 튼튼한 노사문화를 받침하고 있는 주요인이다. 이 회사의 노사문화는 「항구적 무파업선언」이라는 상징으로 대변된다. 동국제강 노조는 지난 94년 2월 『앞으로 영원히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자진해서 선언,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당시는 일부 대기업의 노조가 연쇄적으로 파업에 돌입하면서 파업이 전국을 휩쓸던 시기였다. 『쟁의보다는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항구적 무파업 선언은 동국제강 그룹내 전 계열사로 확산됐으며 철강업종을 중심으로 다른 기업에도 파급돼 「노사평화」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동국제강의 항구적 무파업 선언은 현장 근로자들의 일치된 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영진의 독특한 철학에서 비롯된 측면도 크다는 분석이다. 장상태 회장은 「감나무 이론」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나무의 가지 하나가 상하게 되면 열매를 맺기가 어렵다. 사원 스스로 나누어 먹을 거리를 많이 만들어서 배분하고 저축도 해야 한다.』 ◎이익 사회환원/대원재단에 100억출연 장학·복지사업 펼쳐 동국제강은 지난 3월 20일 부산제강소에서 재단법인 대원의 설립식을 가졌다. 30여년간 부산공장을 가동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협력과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부산제강소 대지 14만평을 매각하면서 발생한 특별이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이 재단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63년 부산시 남구 용호동 일대의 15만평을 매립, 연간 1백50만톤의 철강제품을 생산해왔으나 이 지역이 주거지역으로 변경됨에 따라 오는 98년까지 연차적으로 녹산공장으로 설비를 이전하게 된다. 동국제강은 1백억원을 출연, 매년 발생하는 10억원의 이자수입으로 재단을 운영키로 했다. 재단은 장학금 지급, 아동 및 노인복지사업, 생활보호대상자 보조금 지급 등의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 회사는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기업」이라는 평을 듣는다. 창업자인 고 장경호회장은 지난 75년 개인소유 재산 33억원(현재 금액으로 2천억원 규모)을 사회에 환원키로 하고 박정희대통령에게 『불교진흥을 이해 써달라』며 헌납, 현재의 불교진흥원과 불교방송의 재원을 마련했다. 동국제강은 창업자의 근검절약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겉치레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도 이같은 영향 때문이다. 고 장회장은 부유한 계층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늘 무명베로 만든 한복을 입고 다녔으며 『소유하지 말라. 경영자는 사회에 만들어 바친다는 정신으로 임하라』고 경영진들에 요구했다. 창업자의 정신은 서울 수하동의 낡은 본사사옥만 가봐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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