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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고 아웅식 경영혁신
입력1998-12-28 00:00:00
수정
1998.12.28 00:00:00
기획예산위원회가 64개 공기업, 출연 위탁기관, 국책연구소의 경영혁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기관은 개혁의지를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혁신의지를 비웃듯 눈가림으로 어물쩍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그 실례로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은 조직을 통폐합했다고 정부에 보고한 27개 지사를 민원실로 이름만 바꾸어 변칙 운영해왔다고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인건비와 경상비 44억원을 삭감키로 하고도 실제로는 22억원만 줄였으며 그중 상당액을 인센티브 상여금으로 배정했다고 한다. 또 대한지적공사는 내년부터 지적 측량수수료를 10% 내리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종목별로 인하폭을 달리해 실제 인하폭은 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어느 기관은 인원을 감축하기는 켜녕 오히려 늘리기까지 했다.이같은 사례는 일부에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정부 산하단체중에는 경영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중에는 목표보다 앞서가기도 하고 잔류 직원이 돈을 모아 희망퇴직자에 위로금을 보태주는 아름다운 사례도 없지않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어느 곳보다 자기 혁신과 개혁의지가 치열해야 하고 민간 부문에 앞서야 하는 법이다.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해야 민간부문이 믿고 따라가기 때문이다. 공기업이나 정부 산하기관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에 나눠먹기식과 무사안일 경영으로 부실화되지 않은 곳이 별로 없을 정도다. 경쟁력은 민간기업에 뒤지고 세계적으로도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다.그래서 혁신과 개혁 대상의 첫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과거 정권마다 수술을 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해 왔다.
아직도 정부 기관과 공기업의 개혁의지와 추진력이 소극적이거나 실적이 부진하다니 세금을 내는 국민과 눈물나게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불만이 쌓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민간 기업은 뼈아픈 고통을 감내하면서 정부의 개혁에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기업의 성쇠와 사활까지 걸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도 가계가 무너지는 아픔을 앓고 있다.
개혁의지의 실천과 경영혁신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부문이 제몫 챙기기와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고서야 개혁 정신이 바로 설리가 없고 국민이나 기업에 따라오라 제촉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긴장감이 풀어져 총체적 개혁 분위기가 흐트러지기 쉽다.
정부 부문이 자기는 안하면서 남보고 잘하라 하는 것은 억지다. 정부와 공공부문에서 구조조정은 이런 것이라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개혁 성공이나 경제 위기 극복의 실마리도 여기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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