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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명품 1번지 청담동에 명품 플래그십스토어 2차전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생겨난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가 단순히 가방과 옷 등의 판매 장소였다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중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매장의 집결지인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청담사거리까지 일명 '청담 럭셔리 스트리트' 지도가 신규 명품의 가세로 새롭게 바뀌고 있다.
올해 포문을 연 곳은 지난 4월 입성한 이탈리아 럭셔리 가죽 브랜드인 '헨리베글린'이다. 신흥 명품으로 주목받는 헨리베글린은 쇼핑과 문화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형태로 1,322㎡(400여평) 규모의 5층 건물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감성적으로 심어 놨다. 이번 오픈은 헨리베글린의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뚤리오 마라니가 직접 매장 디자인에 참여할 만큼 공들였다.
2013년 청담동에 국내 첫 단독매장을 연 크리스찬 디오르는 3년 만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하우스 오브 디올'을 열고 한국 시장 재공략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오는 9월에는 이탈리아 란제리 브랜드에서 토털 브랜드로 도약을 꾀하는 '라펠라'가 역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로 청담동에 입성한다. 라펠라 측은 "종전 란제리 중심에서 의류, 아뜰리에 콜렉션, 액세서리, 수영복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는 데 있어 이번 매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하고 경쟁력있는 상권에 브랜드숍을 오픈한다는 글로벌 본사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버버리 역시 10월에 오픈 예정이며 명품 시계·보석 브랜드 까르띠에는 청담동에서 7년간 운영했던 5층짜리 단독 매장 인근에 새 건물을 마련해 올해 11월 재개장한다.
국내에서 아직 단독 매장을 낸 적이 없는 샤넬은 지난해 초 갤러리아백화점 옆에 까르띠에가 사용한 건물을 700억원에 구입했으며 리뉴얼 공사를 거쳐 내년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연다.
프라다 역시 현재 3층인 매장 건물을 내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2012년 이후 국내 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럭셔리 브랜드들은 매출이 저조한 매장을 과감하게 정리한 반면 플래그십스토어와 대규모 리뉴얼을 통해 럭셔리 이미지 굳히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담동 매장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이 지역 땅 값은 3.3㎡당 2억~2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높은 임차료에도 명품들의 플래그십스토어 열풍은 지난해 글로벌 명품 8위로 떠오른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데다 글로벌 패션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럭셔리하다는 청담동에 둥지를 튼 것이 '잘 나가는 브랜드'라는 상징성을 지녀서다. 또 청담동을 찾는 고객은 실질 구매자로 한 명의 고객이 소비하는 금액이 상상외로 크다는 게 명품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어느 장소, 어느 정도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냐를 따질 만큼 명품간 기 싸움도 치열하다"며 "명품 본사들은 서울이 뜨는 트렌드세터 나라여서 아시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 투자 가치가 높은 곳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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