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사진) 전 한나라당 총재의 행보가 한나라당 대권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회창 전 총재는 5일 당 중앙위원회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나라포럼’ 초청 특강에 참석했다. 이 전 총재가 당 공식행사에 참여한 것은 지난 2002년 대선패배이후 4년 만이다. 이 자리에는 맹형규ㆍ이재오ㆍ공성진 의원과 양정규 전 의원 등 그의 총재 시절 측근 10여명이 참석했다. 최근 정계 복귀설이 나돌고 있는 이 전 총재는 이날도 현 정권 실정을 강력히 비판하는 한편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당 주관 행사임을 의식한 듯 대선자금 사건에 대한 사과로 운을 뗐다. 그는 “대선자금 사건으로 당에 고통과 깊은 상처를 안겼다”면서 “잘못된 일이고 모든 책임이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 당원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퇴임 후 공개적으로 대선자금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은 성의 있고 진지하게 정치를 하겠다는 의욕조차 잊은 것 같다. 남은 임기를 채울지 말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며 많은 국민이 절망과 회한을 느끼고 있다”면서 “모두 2002년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해 패배한 데서 비롯된 것이란 자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또 “당이 진지한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불임정당이라는 비관론, 이대로 가면 된다는 낙관론, 두 가지 견해가 다 틀렸다”면서 “반성하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부심을 가져야 할 과거마저 부정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천박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당내 특정 주자측의 대선실패 ‘인물론’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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