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6차 협상에서도 노사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빚어졌다. 사용자 측은 비즈니스 환경 악화와 임원들의 자발적인 연봉 삭감 등을 빌려 인상안을 물가상승률 밑으로 묶으려 한 반면 노조는 사측이 실적 악화의 원인을 직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 두 개의 교섭안을 들고 온 것 자체가 불성실한 협상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 간 차이는 최대 4.7%P=사측은 이날 협상에 앞서 공기업 2.8% 인상, 민간기업 1.1%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반해 노조는 올 초 통계청 등이 내놓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을 더한 5.5~5.8%안을 내놓았다. 이전 협상과 비교할 경우 협상 초기 3~4%에 이르는 양측 간 괴리는 그리 크다고 보긴 어렵다. 그만큼 현재 은행 상황이 안 좋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측은 이날 협상에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외환 등 5개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지난 2011년 대비 올해 69%나 급감했고 상반기 순이익도 은행별로 크게는 반 토막 났다며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고임금 구조에 메스를 들이대는 데다 은행원 연봉에 대한 시중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거론했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1개 은행의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으로 2010년 8,300만원에서 1,900만원이 늘었다. 연평균 11.5%씩 증가한 셈이다.
◇노조도 여론 의식해 협상 여지=노조는 사측 제시안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산별 협상에서 사측이 두 안을 들고 온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논리다.
노조 관계자는 "민간기업 인상안인 1.1%도 올 7월 물가상승률을 그대로 땄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물가상승률 수준을 제시하려면 2% 중후반을 제시해야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협상에서도 노사 양측은 이를 두고 설전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아울러 올해 임금 인상의 경우 기준점 자체가 지난해 실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대치 이면에 협상 여지도 보인다.
일단 노조 내에서도 올 인상안이 지난해(3%)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안 좋아 사측이 제시한 공기업 인상안 언저리만 되면 협상 여지는 충분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10월 말에 임금 협상이 끝났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빨리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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