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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설비투자증가율 8.2%」 뜯어보면
입력1997-03-21 00:00:00
수정
1997.03.21 00:00:00
김상석 기자
◎경기변화에 둔감한 「느림보 경영」 노출/수요위축·재고누증 불구 투자조절 못해… 구조조정 가로막아지난해 경제성장률(실질 GDP기준)이 당초 예상치였던 6.9%보다 높은 7.1%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은은 이에 대해 지난해 4·4분기의 성장률이 다소 높은 7.2%를 기록한데 따른 것이다. 4·4분기 성장률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전년동기의 성장률이 낮았던 데다 쌀 작황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8.2%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4·4분기의 경우에는 13.7%를 기록했다. 이는 95년의 설비투자 증가율 15.8%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수출이 부진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편이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민간의 소비지출이 전년의 8.3%에서 지난해에는 6.9%로 뚝 떨어졌고 수출도 전년의 24% 증가에서 지난해에는 14.1%로 낮아져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을 비춰볼 때 이같은 설비투자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설비투자에는 재고도 포함되기 때문에 경기부진에 따른 재고누증이 설비투자증가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한해동안 재고증가액은 무려 2조3천3백3억원. 이는 전년의 재고증가액 9백45억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고누증으로 인해 설비투자증가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기상황에 따른 설비투자의 조정이 더디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고누증은 결과적으로 경기전망에 기초한 설비투자조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다.
김영대 한은이사는 『지난해 재고증가율이 전년동기에 비해 매월 20%수준을 유지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경기상황에 맞춰 생산을 줄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것은 기업이 상황에 맞게 생산요소 조절을 신축적으로 하지 못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경직성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거품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김이사는 덧붙여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진입하기 시작한 지난 95년에 제조업 임금상승률이 9.9%였는데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제조업 임금상승률이 12.3%에 이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경기하강국면에서는 경제의 각 부문에서 거품이 제거되고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체질면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기업의 경영행태와 노동시장 그리고 소비자태도의 경직성이 우리 경제가 경기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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