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내년 국내 철강 분야 사업과 관련해 신증설 투자를 최소화하는 대신 포항·광양제철소에 있는 기존 설비 효율화에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산(産) 저가 철강재가 물 밀듯 밀려 들어오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외형 키우기보다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권오준(사진) 포스코 회장의 경영철학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포스코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015년도 국내 철강 투자계획'을 산업부에 전달하고 투자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2조원 안팎을 국내 철강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저가 철강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어 철강업체들이 생산라인 신증설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기존 설비를 효율화하는 것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기자와 만나 "내년부터는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는 게 목표"라는 경영방침을 밝힌 바 있다. 올해 계열사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군살 줄이기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본격적인 생산 합리화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국내 철강 투자 규모는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포항제철소 4선재공장 △광양제철소 4열연공장 신설 △광양제철소 1고로 개수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합리화 등에 투자해왔으며 지난해 2조8,000억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신증설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기로 가닥을 잡아 국내 철강에 대한 투자 규모가 2조원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투자는 최대한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고 있어 급격히 투자를 줄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편 포스코가 국내 철강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합리화하기로 하면서 중국산 철강에 대한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철강협회가 발표한 '9월 철강 수입동향'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1,001만톤으로 전년 대비 36.6% 급증했다. 반면 철강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국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품목인 보통강 열연강판의 9월 평균 수입단가는 톤당 568달러로 전년 대비 2.1% 떨어져 31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자연히 수입 철강재에 대한 소비는 늘어 8월 기준 국내 시장에서 수입 철강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40.1%까지 치솟았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올해 중국산 철강 수입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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