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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3대 도시인 콜롬비아 보고타시에서는 더 이상 버스를 타면서 현금을 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금 대신 교통카드로 버스요금을 내는 자동결제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950여만 명에 달하는 보고타 시민의 교통 편의를 획기적으로 높여준 이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LG CNS의 작품이다. LG CNS는 이 사업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1987년 창사 이후 최대 규모다.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결제 단말기와 충전기 등은 국내 중소 정보기술(IT) 전문기업들이 개발한 장비가 사용됐다. 대기업이 선봉에 나서고 중소기업이 참여해 동반성장을 이룬 대표 사례로 꼽히는 이유다. 보고타시의 버스회사인 '헤모빌'의 후안 페르난도 카히아오 대표는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 이후 버스요금 정산이 빠르고 정확해졌다"며 "시스템에 부가적으로 설치된 배차관리시스템 덕에 배차 효율성이 높아져 비용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한류'는 더 이상 연예계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서도 한류 바람이 거세다. 유별나다고 할 만큼 까다로운 한국 고객들의 눈높이에 단련된 우리 SI업체들이 이제 해외로 나가 교통ㆍ우편ㆍ물류 등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수출 첨병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SI업체들의 해외 수출액은 지난 2012년 16억달러(약 17조원)에 달했다. 1년 전의 11억8,000만달러에 비해 30% 가량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2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전자정부 수출 실적이 눈부시다. 외국 정부의 조달ㆍ관세 시스템 및 보안 등의 시스템 구축을 위주로 하는 전자정부 구축 실적은 지난 2008년 3,040만달러에서 지난해 4억1,928만달러로 10배 이상 늘었다. 한 나라의 국가 운영 시스템이 우리나라 SI업체들의 손에 의해 설계되고 운영되는 셈이다.
LG CNS의 주력 상품은 교통카드시스템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편물류도 주 전공분야 중 하나다. 말레이시아 우정공사에 구축한 '비바포스트'가 그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우편물류의 흐름을 한눈에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인 비바포스트는 LG CNS가 동남아시아 경제를 장악한 일본, 네덜란드 회사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주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LG CNS와 함께 국내 SI업계의 대표주자인 SK C&C는 한 국가의 운영체계를 도맡아 구축하는 수준으로 도약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정보화 고속도로'인 정부 네트워크를 구축해 이 나라에 전자정부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몽골에서는 통합국가등록정보시스템, 개인법인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의 공로를 인정받아 몽골 국가등록청에서 훈장을 받았다. IT 불모지인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우편물류 시스템, 아제르바이잔의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ITS)과 '주소등록정보' 구축도 SK C&C의 작품이다.
포스코ICT는 SI 기술에 엔지니어링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철도ㆍ에너지ㆍ환경 분야를 주 전공으로 꼽는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치민시에 건설되는 도시철도 1호선 인프라구축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에서 포스코ICT는 철도의 주 동력원인 전력을 차량에 공급하는 전차선과 안정적인 운행을 지원하는 궤도 분야 장비 공급 및 인프라 구축을 담당했다. 올해 월드컵 개최지인 남미 브라질의 상파울로 지하철에 스크린도어를 구축하는 사업도 포스코ICT의 몫이었다.
국내 SI업체들의 수출 대상은 개도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LG CNS의 교통카드 시스템은 성과가 눈부시다. 지난 3월에는 그리스 업체인 테르나 에너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테네 e-티케팅' 사업을 수주했다. 2,050억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우리 SI기술이 유럽 교통카드 사업에 진출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LG CNS는 인구 1,000만명에 달하는 영국 런던의 '스마트 대중교통 요금지불 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에도 참여했다. 1조 6,000억원 규모인 이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면 LG CNS는 향후 유럽 주요 도시의 교통카드 시스템 수출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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