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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통화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리며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다. 아직 실물경기 회복세가 충분치 않아 유동성은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유럽과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덕분에 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가격은 매우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일본의 경기가 나아지는 모습이 관찰되면서 주요국 주가지수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원자재 가격은 여전히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는 공급과잉으로 올해 초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신저가를 기록했다. 산업금속 가격은 중국의 성장둔화와 맞물려 지난 2011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귀금속은 달러강세의 직격탄을 맞고 낮은 가격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 중이다. 곡물가는 지난 2년간 전 세계적 풍작으로 2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달러강세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대표지수인 CRB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급락했던 수준까지 내려왔다. 최근 단기간에 에너지 가격이 올랐으나 여전히 원자재 지수는 금융위기 당시 최저점보다 15% 높은 정도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주식시장, 선진국에서 마이너스 금리까지 나타나는 채권시장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저평가돼 있다. 물가상승 시기에 상품가격도 함께 오르는 특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곧 변화할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 중이다. 그중 하나가 원자재다. 최근 원자재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게 관찰되고 있다. 저가 매력에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원자재에 대한 투자매력으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은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가 강세로 갈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다만 1990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세 차례 사례를 보면 모두 금리인상 전에는 달러가 강세 흐름을 보이다가 금리인상 후 3~8개월 정도 약세로 진행됐다. 금리인상 전에 달러 강세 현상을 앞서 반영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 달러가 강세로 가면서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시점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셈이다. 특히 이미 생산비용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온 금이나 옥수수에 대한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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