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을 마치고 관객들이 모두 기립 박수를 보낼 때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전율을 느꼈어요. 사실 일본 뮤지컬 팬들은 한국에 비하면 그렇게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1막에선 관객들이 너무 무덤덤해 배우들이 바짝 긴장할 정도였어요. 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 초연 성공으로 일단 일본 뮤지컬 시장 개척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막 내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제작사 오디뮤지컬의 신춘수 사장은 안절부절못했다. 지킬 박사(조승우)가 1막 중간에 부르는 노래 ‘지금 이 순간’은 한국 무대에서였다면 환호성과 박수 갈채가 쏟아졌을 텐데 일본 관객들은 너무나 차분했다. 하지만 2막에선 달랐다. 관객들은 조승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노래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지킬의 연인인 루시역을 맡은 김선영의 혼이 담긴 선율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2막이 끝나고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나와 커튼 콜을 받을 땐 극장 안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도쿄 고탄다 유포트극장 무대를 가득 메운 1,400여명의 일본 팬들은 조승우가 무대를 떠난 후 아쉬움에 10여분 동안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보내며 새로운 한류 스타의 탄생을 축하했다. 톱 스타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13일 일본 도쿄 유포트 극장에서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킬 앤 하이드 일본 공연은 도쿄 유포트 극장에서 19일까지 계속된 뒤 22일부터 24일까지는 오사카 NHK홀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조승우가 주연으로 나서는 공연은 현재 90% 가량 팔려 나간 상태. 조승우와 함께 지킬ㆍ하이드에 더블 캐스팅된 류정한 공연도 객석 60%이상 판매됐다. 의학자 지킬과 이상 성격자 하이드의 1인 2역 연기가 빛나는 ‘지킬 앤 하이드’는 1994년 뉴욕 플리머스 극장에서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국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을 스타 뮤지컬 작곡가 대열에 올렸고 국내에선 2004년 초연 이후 지킬ㆍ하이드 역을 맡아 열연해 온 조승우를 단번에 뮤지컬 스타로 만들었다. 올초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 지킬 앤 하이드는 유료 점유율 90%를 넘기며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불패 신화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지킬 앤 하이드의 일본 상륙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촉발된 한류(韓流) 열풍이 뮤지컬 등 대중 문화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시험 무대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상영된 영화 ‘말아톤’과 ‘클래식’ 으로 이미 한류 스타 대열에 올라선 조승우는 이번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로 배용준을 잇는 초대형 한류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연 관객의 상당수가 사실상 조승우의 모습을 지켜 보기 위해 몰려든 열성 팬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한국 뮤지컬의 일본 시장 성공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특히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일본 관객의 관심은 뮤지컬 자체의 완성도 보다는 조승우라는 스타에 집중돼 있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춘수 오디뮤지컬 사장도 ‘그저 한류 열풍에만 편승하지 않고 뮤지컬 완성도를 높여 작품성으로 일본 관객에게 인정 받는 것’을 숙제로 꼽았다. 지킬 앤 하이드 일본 공연은 일본 제작사 JK스파클이 총 제작비 10억 중 절반을 투자했다. 오디뮤지컬은 22회 일본 공연이 성공리에 마칠 경우 중국 등 아시아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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