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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뒤져보면 '여기도 親日 저기도 親日'
입력2005-04-21 07:25:06
수정
2005.04.21 07:25:06
1만원, 100원 인물도안자 '친일 인사'…초대 총재는 매국노 송병준 후손
韓銀 뒤져보면 '여기도 親日 저기도 親日'
1만원, 100원 인물도안자 '친일인사'…초대총재는 매국노 송병준 후손
한국은행의 본관 로비를 들어서면 `봄의 가락'이라는 제목의 대형 연작 그림 두폭이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첼로연주자를 둘러선 한복차림의 여인들을 독특한 구도로 형상화한 이 그림은 한은이 보유한 회화작품 가운데 백미로 손꼽혀 본관 로비에 마치 간판처럼 걸려 있다.
이 그림을 그린 서양화가 김인승 화백은 탁월한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 근대 화단의 전형적인 화풍을 구축한 대표적 화가라는 화단의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제치하에서 친일 미술활동을 주도한 대표적 인사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러한 `친일의 잔재'가 묘한 시점에 한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한은이 새 은행권 발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폐 인물도안을 현행대로 유지키로하는 입장을 밝히자 미술계 일각에서는 1만원권의 세종대왕 인물도안의 표준영정을 그린 운보 김기창 화백의 친일행적을 문제삼아 인물도안 교체를 주장하고 나서 한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폐 인물도안 채택 문제는 각 이익집단의 요구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소모적 논란에 휩싸일 경우 새 은행권 도입일정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에 기존 인물도안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1만원권 말고도 이번 새 은행권 발행계획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100원짜리 주화의 충무공의 인물도안 표준영정 역시 친일행적이 논란이 된 월전 장우성 화백 작품이다.
나라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있는 화폐의 인물도안 제작자가 친일화가로 비판받고 있다는 점은 최근 독도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은이 `지폐 인물도안의 현상유지' 카드를 밀고 나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또 전각협회 등에서는 은행권에 찍혀 있는 한은총재 직인이 일제 잔재가 농후하다면서 새 은행권에는 한은총재 직인을 전통적인 전각모양인 사각형태로 교체해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은을 불편하게 하는 친일의 굴레는 한은의 출범에까지 맞물려 있어 더욱 흥미롭다.
작년 광복절 무렵 한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네티즌이 `한은 초대 총재는 매국노 송병준의 후손'이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그 글은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이 `친일파 99인- 분야별 주요인물의 친일이력서'라는 책자 가운데 `매국노' 송병준과 그의 일족의 행적에 관해 서술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구용서 초대 한은 총재가 바로 송병준의 외손자라는 내용이다.
이 글은 "송병준의 사위 구연수(具然壽)는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의 시체에 석유를 뿌려 소각하는 일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았던 인물로 총독부 경무관까지 지냈으며 그의 아들인 구용서(具鎔書)는 1925년에 조선은행 도쿄지점에 입행, 해방 직전조선은행 오사카(大板) 지점 서구출장소 지배인을 맡고 있다가 해방과 함께 조선은행 부총재로 임명됐으며 1950년 총재로 승진한 후 조선은행이 한국은행으로 개편되면서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초대 총재가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 글은 친일문제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에 계속 떠돌다가 한은 홈페이지에까지 옮겨졌다.
새 은행권 발행이라는 중대사를 코앞에 둔 한은에는 악연치고는 무척이나 질긴 악연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입력시간 : 2005/04/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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