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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 철수" 압박에 즉각 반응… 개성공단 다시 열리나

■ 北 "기업인ㆍ관리위 방북 허용"<br>"폐쇄 원치않아" 속내 드러내 정상화 수순 밟을 가능성 커<br>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 맞아<br>"사형선고 앞두고 반가운 소식" 입주기업 환영 속 방북 준비


북한이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함에 따라 폐쇄 위기에 몰렸던 개성공단이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설비ㆍ장비를 국내외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며 개성공단 폐쇄 여부를 공식화하라는 실력행사에 북한이 반응을 보임에 따라 개성공단이 폐쇄보다는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북한이 3일 오후 갑작스럽게 방북을 허용한 것은 우리 정부가 그동안 개성공단 논의를 위한 별도의 당국 간 회담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한 데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 정부 책임이라고 주장하던 입장을 바꿔 입주업체뿐 아니라 관리위 관계자들의 방북까지 허용함으로써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자 간 대화채널을 복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르면 4일 오전 중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개성공단 입주업체의 압박에 북한이 하루 만에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 당국자 간 회담과 정치적 변수를 고려할 경우 개성공단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원치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이날 문건에서 관리위 관계자들의 방문도 함께 허용한다고 밝힌 것 역시 우리 측이 꾸준히 요구했던 공단 내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북한이 우리 정부와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개성공단 잠정중단 이후 입주기업들의 방북 요구가 거듭될 때마다 남측 당국을 배제한 채 관영매체 등을 통해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남측으로부터 '남남갈등을 유발한다'는 반발을 초래했다. 그러나 이번 제안에서는 관리위 관계자들의 방북까지 허용했다.



이날 오후5시30분부터 남북 판문점 연락채널이 정상 가동된 점은 북한의 대화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다. 북한은 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강력히 비판해왔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방북을 허용하며 적대적 태도에서 한발 물러섰다. 판문점 연락채널은 지난달 12일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후 3일 오전까지 두절된 상태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당국자회담이 결렬되면서 새 정부에서도 남북관계의 적신호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북한이 방북을 허용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대화 가능성을 보임으로써 꼬일 대로 꼬였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북한이 기업인과 관리위 인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환영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창섭 개성공단정상화촉구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기업들이 결국 간판을 내려야 하나 고민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이런 소식이 전해져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기업들이 재기하려면 공단의 설비라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인력의 방북은 필수"라며 "사형선고를 앞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방북 허용은 너무 반가운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10시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방북일정과 규모 등 세부 내용을 논의하고 방북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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