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좀처럼 박스권에서 탈출하고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 우려와 중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불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증시 관련 불확실성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가들은 물론 기관 투자가들도 선뜻 주식을 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종목은 있게 마련이다. 약세장의 전형적인 특징인 업종별ㆍ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 모멘텀을 가진 종목들을 사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안감이 커질수록 증시의 관심이 밸류에이션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실적 호전과 수급, 성장성, 낙폭과대, 자산가치 등 모멘텀을 가진 종목들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당분간 악재와 힘겨운 싸움 불가피= 인플레 우려,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 증시 주변의 악재들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코스피지수는 당분간은 1,200~1,300의 박스권에서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약세의 원인이 해외에서 기인하고 앞으로 경기 하락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지난 2004년 ‘차이나 쇼크’ 때와 비슷하다”며 “그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기간 증시가 조정 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미사일 발사,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이는 증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 역시 “악재들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3ㆍ4분기 내내 기간조정을 거친 뒤 4ㆍ4분기 초에야 본격 반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들의 매수세를 확인한 뒤 주식을 사도 늦지 않다는 뜻이다. 안정진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지수가 박스권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현물 시장에서 주요 매수 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적 호전이 최고의 모멘텀=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개별 모멘텀을 가진 종목으로 투자대상을 압축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더구나 1,200선 초반으로 떨어지면 주가이익비율(PER)이 9배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추격 매도보다는 실적 개선 우량주의 투자 매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5년간 매년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난 19개의 기업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505%에 달했다. 이는 시장 평균(170%)보다 335%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과거 4년간 연속 EPS가 증가한 31개 유가증권시장 종목의 주가상승률도 154%로 역시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69%포인트 높았다. 신민석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실적은 단기 테마나 이슈와는 달리 최고의 주가 모멘텀”이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순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체로 조선ㆍ제지ㆍ통신장비 업종은 내년까지 순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가전ㆍ디스플레이ㆍ미디어ㆍ화학은 올해 부진, 내년 회복이 예상되고 석유정제 업종은 내년까지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애널리스트의 경우 “긴 호흡으로 볼 때 금융, 필수소비재, 기계ㆍ조선,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의 이익모멘텀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왕이면 ‘멀티 모멘텀’을 노려라=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간판 기업들이 올 2ㆍ4분기에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각종 악재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실적 호전’이라는 기본을 갖추고도 수급, 밸류에이션, 자산가치 등 ‘멀티’ 모멘텀을 보유한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최재식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대응해 밸류에이션ㆍ수급ㆍ실적 등 3박자를 갖춘 종목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즉 올 2ㆍ4분기는 물론 하반기 실적 모멘텀이 살아있고,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는 종목이라는 사라는 것. 실적 개선주 가운데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한꺼번에 호전되는 종목, 수급이 양호한 종목 중에서도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종목이 유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수익성ㆍ안정성ㆍ자산가치ㆍ배당매력 등 4박자를 갖춘 알짜 중소형주도 노릴만하다. 호재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유망주로 ▦기관ㆍ외국인 동시 선호주 ▦추세적인 실적 증가가 현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종목 ▦고점대비 낙폭이 크면서도 기업가치 상승 모멘텀을 보유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긴 종목 ▦증권ㆍ보험ㆍ교육 및 일부 건설주 등 정부정책 수혜주를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실적과 수급 등 주가에 직결되는 요소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단기 모멘텀을 가진 테마주로는 ▦신세계ㆍCJ 등 생보사 상장과 관련주 ▦성장성과 실적이 뒷받침되면서도 낙폭이 컸던 신규 상장주 ▦사회간접자본(SOC) 활성화 수혜주 ▦여행ㆍ게임ㆍ냉방기기ㆍ음료ㆍ빙과류 등 여름 특수주 등이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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