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서 상영 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 전투를 다룬 '우리 아버지들의 기(Flags of Our Fathers-한국 개봉 예정일 2007년 2월 15일)'의 동반 영화로 역시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한국 개봉 20007년 3월)'가 당초 개봉일보다 한 달 반을 앞서 오는 20일 LA와 뉴욕에서 개봉된다. 이 영화는 같은 전투를 일본군 측에서 본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이 영화가 지난 10월에 열린 도쿄 국제영화제에서 열광적인 호응을 받은 후 결정됐다. 영화가 이 달에 개봉됨으로써 2006년도 오스카상 후보 자격을 얻게 됐다. 이스트우드가 영화의 조기 개봉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오스카상을 노렸기 때문. 이 영화는 지난 10일 필자가 속한 LA 영화비평가협회(LAFCA)에 의해서도 2006년도 최우수작으로 뽑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할리우드 사상 한 감독이 만든 동일 사건을 양쪽에서 본 영화가 같은 해에 상영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는 일본 배우들이 나오고 대사도 일본어다. 미 해병들이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장면으로 유명한 이오지마 전투는 태평양전쟁 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로 여기서 패한 일본은 결국 2차대전의 패전국이 된다. '우리 아버지들의 기'는 이 전투를 미군측에서 본 것으로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를 찍다가 전쟁 당시 이오지마 주둔 일본측 총사령관이었던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장군의 얘기에 마음이 끌려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오지마 전투는 39일간 계속됐는데 이 전투 후 섬에 주둔했던 2만명의 일본군 중 생존자는 1,000명이 채 못 된다. 쿠리바야시 장군은 전쟁 전 미국에 무관으로 영사 근무를 했던 친미적 인물이었다. 이스트우드가 쿠리바야시라는 인물에 끌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장군이 섬에서 고향에 있는 걸음마 타는 자기 아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커리커추어와 유머가 가득한 이 편지들은 영화의 중심 주제로 매우 감정적이요 근접한 시각으로 전쟁의 허무를 바라보고 있다.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은 LA에 거주하는 일본계 2세 아이리스 야마시타이다. 이오지마 전투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던 야마시타는 각본가로 선정된 뒤 관련서적과 기록영화 등을 통해 이 전투에 관해 공부했다. 특히 그도 이스트우드처럼 쿠리바야시의 편지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최근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야마시타는 인터뷰에서 "사랑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지닌 쿠리바야시를 도저히 이오지마 주둔 총사령관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면서 "편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아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리바야시로는 일본의 베테런 켄 와타나베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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