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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회사의 총 사령탑인 농협금융지주회사의 신충식 회장이 지주회사 출범 100일 만에 전격적으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장 자리는 지키겠다고 했지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상황에서 이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노조 파업 등 계속되는 잡음에 일각에서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알력설까지 제기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예고 없는 사의 표명=신충식 농협금융지주회장 겸 농협은행장은 7일 오전 '임시 경영위원회' 소집을 긴급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금융지주회장직을 사임하겠다"며 "새 회장 선출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말했다고 농협 관계자는 전했다.
신 회장은 "당초 농협 사업구조 개편(신경분리)으로 출범한 금융지주를 원활히 정착시키기 위해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기로 했다"면서 "신경분리를 한 지 100일이 지난 지금 금융지주가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지주를 발전시킬 새 회장을 뽑고 저는 은행장 역할에 충실히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처음부터 농협 내부에서는 신 회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당초 농협은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해 회장 자리에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으나 농협의 특성상 다른 금융지주회장처럼 높은 보수를 주기 힘든데다 일각에서 '낙하산 논란'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농협에서는 일단 신 회장이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금융지주처럼 거물급 인사를 영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농협 관계자는 "본인이 4대 금융지주회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러난 시기가 불과 100일 밖에 안됐다는 점은 쉽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계속되는 잡음에 알력설까지=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후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기지 않았다. 정부로부터의 지원금 문제는 물론이고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전산 문제가 불거지고 금융계열사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잇따라 터졌다. 노조 파업까지 맞물리면서 경영진의 부담이 컸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의 알력이 사퇴의 원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농협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중앙회와 금융지주가 분리됐지만 실질적으로는 최 회장이 경영을 좌지우지하면서 신 회장이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정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과 관련해 경영권 간섭 논란에 휩싸인 것이 사퇴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농협은 신경분리 100일 만에 이래저래 엄청난 파고에 휩싸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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