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20으로 들여다본 수는 적시의 잽이다. 흑21의 후퇴는 정수. 참고도1의 흑1로 받아주면 백2로 강인하게 버티는 수가 성립된다. 흑3으로 씌워도 백4 이하 8로 고개를 내밀면 백은 껍질만 남은 형상이다. 흑25로 가만히 물러선 것을 보고 해설 담당인 고바야시가 또 입을 열었다. “장쉬씨가 모양을 미리 결정짓지를 않네요. 고수의 감각입니다.” 고뱌야시는 장쉬 또래의 후배 기사들을 대개 아무개군이라고 부르는데 사위인 장쉬에게 깍듯이 장쉬씨(일본어로 장쉬상)라고 부르고 있었다. 본인방을 존중하는 말투였다. 자기는 아직 한번도 오르지 못했던 본인방 자리인 것이다. 두 번이나 조치훈을 막판으로 몰아붙이고서도 종내 본인방 획득에 실패했던 고바야시. 흑25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먼저 몰고나서 비로소 3에 두는 방식도 성립된다. 흑9까지로 일단락인데 실전의 진행과 비교하면 쌍방의 형태가 간명하게 확정된다는 점이 참고도2의 특징이다. 장쉬는 그것을 흑의 불만이라고 생각하고 실전의 25로 둔 것이었다. 좌변에서 손을 빼어 30으로 달려가고 다시 36에 선착하는 수순을 얻어낸 것은 요다 특유의 유연한 수법. 요다는 장쉬의 예봉을 백전노장의 노련함으로 슬슬 비껴가고 있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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