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장기간 돈을 맡길 경우 금리를 추가로 주지 않거나 오히려 적게 주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돈을 오래 맡길수록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는 '기본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e-파트너정기예금'의 경우 1년 예금 금리가 2.15%인 데 반해 2년 예금 금리는 2.10%로 오히려 0.05%포인트 낮다. 광주은행의 '플러스다모아예금'은 1년 만기 상품 금리가 1.82%로 가장 높고 2년(1.77%), 3년(1.68%)으로 갈수록 오히려 금리가 낮아 돈을 오래 맡길수록 불리한 구조다. 여타 시중은행들은 아직까지 3년 만기 예금에 금리를 더 얹어주고 있지만 1년 만기 금리에 비해 0.2~0.3%포인트 높은 수준이라 금리 혜택이 크지 않은 편이다.
정기적금 또한 상황이 비슷해 부산은행의 '가계우대정기적금'의 경우 3년 만기 금리(2.50%)가 5년 만기 상품 가입시의 금리와 같다. 우리은행의 '우리사랑적금'과 SC은행의 '퍼스트가계적금' 또한 3년 만기에 각각 2.30%와 2.40%를 제공하고 있지만 5년 만기 상품에 가입해도 여전히 같은 금리를 받는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 담당자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역마진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장기 예금 상품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최근 금융사들이 저금리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은행(IB)이나 수수료 수익 확대 등으로 이익을 내려 하고 있지만 단숨에 역량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금리하락 추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1년 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이 모두 2.0%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농협은행(1.97%)과 한국씨티은행(1.60%)은 금리 2%대선이 무너진 지 오래이며 SC은행도 최근 '퍼스트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를 2.05%에서 1.90%로 낮췄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도 2%대 중반까지 떨어지며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진입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보험사들 또한 공시이율을 계속 내리고 있다. 올 들어 생명보험사의 공시이율은 모두 4%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과 연금보험의 공시이율은 각각 3.56%, 3.57%이며 한화생명도 3.55%와 3.56%에 그치고 있다. 이외에도 교보·동양·신한·알리안츠생명 등이 0.06~0.10%포인트가량 공시이율을 낮췄다. 공시이율 하락으로 보험사들의 역마진 문제는 다소 해결되는 모습이지만 보험가입자의 수령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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