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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돈…딜레마에 빠지다

금리인상·경기회복 등 갈림길서 펀드·은행·부동산 모두 마땅찮아<br>스팩등에 몰리며 '게릴라화'심화


돈이 길을 잃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펀드 대량환매 사태가 일어나고 은행 예적금 금리는 최저 2%대까지 추락하면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부동산의 경우 정부 규제에 더해 대세 하락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신규자금 유입이 실종되다시피 했다. 돈을 가진 주체들이 이를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를 좀처럼 찾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길을 찾지 못한 돈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공모주 청약 등 '틈새'만 있으면 대거 몰려드는 등 '자금의 게릴라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자금시장의 주체들이 단순히 부동화 차원을 넘어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회복, 구조조정이라는 세 개의 큰 줄기 앞에서 갈림길에 선 셈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2%의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시중의 단기유동성 지표로 볼 수 있는 협의통화(M1)가 지난 2008년 1월 305조원에서 2009년 1월 331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 380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시중자금은 갈 길을 찾지 못해 급속한 유출입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펀드 대량환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126조2,317억원이었던 주식형펀드 잔액은 5일 121조7,10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3월 이후 빠져나간 펀드 환매물량만도 2조원을 훌쩍 넘었다. 급속하게 불어나던 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정기예금(적금)도 은신처로서의 매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4%를 넘나들던 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최저 2.8%까지 내려앉았고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4% 안팎으로 떨어졌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의 조치가 계속되면서 매수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전국 2,739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매도매수심리를 보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고 답한 비율이 1월 말 49.9%에서 3월 말에는 56.6%까지 치솟았다. 매물은 계속 쌓여가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는 거래실종 상황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자금 부동화의 잣대인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은 지난해 말 71조원에서 5일 81조원대로 10조원이나 급증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금리와 경기에 대한 확실한 방향이 설 때까지는 게릴라성 자금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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