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의 긴장감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인사청문회는 시종일관 무난한 '정책 청문회'로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고위공직자의 인사청문회를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투기, 병역, 위장전입, 자녀국적 등 이른바 신상검증 '4종 세트'에 해당사항이 없는 상태에서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정책 결정을 검증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김중수 총재와 질의응답에서 민감하게 각을 세웠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 후보자가 35년간 한은에서 잔뼈가 굵은 '한은맨' 인 만큼 통화정책에 있어서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의원들은 여야 막론하고 질의 전에 '축하한다'는 인사말부터 건넸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제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법을 발의해서 총재가 되는 데 기여했다"며 "아니면 아마 청와대 실세가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도덕성 지적을 안 받고 정책 지적을 받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도 했다.
소모적 논쟁이 빠진 인사청문회 진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칼날이 무딘' 정책검증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근본적 한계라는 말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 입장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다각적인 검증작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 한계 극복을 위해 후보자를 단수로 확정하기 전에 미국처럼 총재 후보군에 대한 시장검증을 미리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시장 역시 별 반응이 없었다. 매파 성향인 이주열 한은 총재의 인사청문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소폭 강세를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10%포인트 내린 2.830%에 마감했으며 5년물은 0.018%포인트 하락한 3.131%에 거래를 마쳤다. 오전에 약세를 보였던 10년물 이상 장기물의 금리도 오후 들어 강세로 돌아서며 하락 마감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청문회에서 이 총재가 금리인상과 관련해 기존에 나타냈던 원론적인 입장만 보였던데다 이미 이 총재의 매파 스탠스가 선반영됐기 때문에 오히려 일부 기관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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