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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사태ㆍ北核’ 월街 시각] 한국경제 불안감 여전
입력2003-03-14 00:00:00
수정
2003.03.14 00:00:00
13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 서두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ㆍ미 동맹이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적인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의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북한 핵 문제는 다자의 틀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 핵 이슈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재형성되고 있다는 소식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했고, 외평채 10년 만기물의 가산금리가 1.83%로 전날보다 0.14% 포인트 하락했다. 뉴욕 증시가 이라크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을 믿고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한국물 안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한반도와 중동의 상황은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고, 일시적인 시장 안정이 오래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라크 사태는 공격 시점이 며칠 연장될 가능성이 있을 뿐 미국의 외로운 전쟁이 될 경우 오히려 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높아지게 된다.
뉴욕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요즘 뉴스보다는 루머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물을 기피하는 것도 한반도와 관련한 미확인 정보들이 트레이딩 룸을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동해에서 미사일을 쏘고 미군 정찰기와 충돌을 하는 상황에서 루머성 정보는 사실처럼 믿겨져 왔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뉴욕 월가의 인식은 단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안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제프리 셰이퍼 부회장은 13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모임에서 “북한 핵 문제로 한국국채 가산금리가 1% 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은 외환 위기 때에 비해 큰 것은 아니다”며 “한반도에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 한 리스크 요인은 해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전미경영연구소(AEI)의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박사는 “북한 핵 문제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SK 사태에 대해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세계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도이체 에셋매니지먼트의 니콜라스 브래트 전무는 “SK 수사는 한국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디스커버리 캐피털의 매니저 데이비드 전은 “SK 이후에 당할 기업이 누구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며 재벌개혁의 속도조절론을 폈다.
이라크 상황도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을 불안하게 보는 요인이다. 13일 뉴욕 증시의 각종 지수들이 5개월만의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헤지펀드들이 숏세일(공매도)를 만회할 시점을 찾던 중 유엔 결의안 연기 가능성을 확대해석하면서 숏커버링을 했기 때문이다. 월가에는 이라크 고위 군장성이 항복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전쟁을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으나, 어느 곳도 이 루머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한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를 구하기 위해 유엔 표결을 내주중에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abc 방송은 이라크가 미국의 공격에 앞서 선제공격을 할 지도 모른다고 보도, 이라크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가의 전문가들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한국 정부 대표들이 국제금융시장을 찾아 대화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권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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