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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살얼음판] 환율·주가 영향 제한적… 원자재값 상승 배제못해

■ 전문가 국내경제 전망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

보유외환 등 기초체력 탄탄

정부 "나비효과 차단해야"

추경호(왼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4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박원식(왼쪽) 한국은행 부총재, 조영제(오른쪽 두번째)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우리 경제가 일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사태 추이에 따라 농산물이나 천연가스 같은 원자재 값이 급등해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불안, 중국 경기 둔화에 이어 또 다른 악재가 터지는 셈이다. 만일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대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환율이나 주가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원자재 시장 불안정성 심화=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자재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산(産) 천연가스를 서유럽에 전달하는 통로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특성 탓이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와 북해산브렌트유는 3일(현지시간) 각각 2.20%, 1.66%씩 상승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원자재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해 결과적으로 우리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본격적으로 실행될 경우 에너지 값은 더욱 큰 폭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미국과 러시아가 일정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소치 올림픽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부은 러시아가 곧장 전쟁을 치르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실제 경제 제재에 돌입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구두 경고에 나섰지만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 수준에서는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기재부는 이에 앞서 3일에도 추경호 차관을 중심으로 내부 점검회의를 여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뜻하지 않은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어 긴장하는 모습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 돈이 묶인 국제 투자가들이 한국에서 자금을 빼내 외화유출이 일어나는 식이다. 추 차관은 "작은 위험 요인이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커지게 할 수 있다"며 "최근 시장불안이 동유럽·아시아·남미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최근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나서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어 이와 맞물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3,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을 보유해 기초체력이 튼튼하고 현재 이슈가 되는 신흥국들과 교역·투자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러시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나 이 같은 불안이 한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따라 외환이 몇 백억달러 정도 유출된다면 오히려 원화 강세를 막을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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