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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체인 K2의 다이어트 속옷과 골프 브랜드 론칭, 블랙야크의 키즈 수영복과 여행용 캐리어, 아디다스와 휠라의 언더웨어, 비비안의 운동복….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이 지속되면서 경계를 허물며 영역을 확장해 온 패션계의 서바이벌 전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아웃도어, 스포츠, 이너웨어 업체 등은 본연의 정체성에 연연하지 않고, 서로 영역을 침범하는 한편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생존을 위해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남윤정 블랙야크 마케팅 팀장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 여파로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매출 증대와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 업종과 업태에 국한하는 시기는 지났고 갈수록 생존을 위해 정글의 법칙이 패션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무섭게 팽창하다 최근 성장세가 주춤한 아웃도어 업계가 대표적이다. '등산 열풍'과 함께 산을 정복한 아웃도어 업체들은 '라이프 스타일'을 더해 도심으로 내려 오더니 최근에는 너도나도 골프 브랜드 론칭을 선언한데 이어 이너웨어, 스포츠 수상레저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몇년 새 기능성을 가미한 캐주얼 아웃도어를 입는 골퍼들이 늘어나자 자신감을 얻은 아웃도어 업체들이 이제는 아예 올드한 디자인과 높은 가격 때문에 외면받는 골프웨어 업계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3조원 대 골프웨어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고 선언한 곳은 K2, 밀레, 형지, 세정, 콜맨 등으로, 기능면에서 내공을 쌓은 이들은 모두 젊은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 자체 유통망을 앞세워 신규 시장에서도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또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하며 스포츠 영역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키즈 라인을 선보인 블랙야크는 이례적으로 이번 시즌 키즈 수영복을 선보였다. 또 이너웨어 업체인 보디가드와 손잡고 땀흡수가 잘되는 '야크드라이' 소재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접목해 출시한 언더웨어는 전월 대비 50% 매출이 늘었다. 고객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얼마 전에는 백팩, 캐리어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트래블 라인을 별도로 만들어 21.5인치, 27인치 등 여행 가방을 출시했다.
아이더는 각종 수상레저 인구 증가에 맞춰 이번 시즌 '워터 스포츠' 라인을 처음 배치했다. 잠수복 소재로 유명한 최고급 '네오플랜' 소재를 이용한 워터 조끼 '머메이드 워터 베스트'는 워터파크나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대표 아이템이다.
K2는 스포츠 언더웨어 열풍이 이어지자 입고만 있어도 살이 빠지는 '다이어트 레깅스'와 '남성 이너웨어 상·하의' 등의 기능성 언더웨어를 준비하며 신 시장 개척에 나섰다.
스포츠 브랜드는 올해 언더웨어에 집중하며 스포츠 브라탑 열풍을 이끌고 있다. 아디다스는 올해 처음으로 지난달 CJ오쇼핑에 '아디다스 언더웨어'를 론칭하고 스포츠 언더웨어 대중화에 앞장섰다. 나이키는 최근 미국에서 기능과 스타일을 충족한 '나이키 프로 브라 콜렉션' 등 여성 스포츠 브라 5종을 공개하고 국내 론칭을 준비 중이다. 휠라코리아의 '휠라 인티모', '휠라티바' 등 두 언더웨어 브랜드는 홈쇼핑 채널을 적극 활용하며 상반기 매출이 전년 보다 80% 가량 늘었다. 올해는 홈쇼핑 물량을 전년 대비 30% 늘릴 계획이다.
국내외 SPA(패스트패션) 업체들은 아웃도어에 이어 이너웨어 라인까지 강화했다. 히트텍 돌풍을 일으킨 유니클로가 최근 에어리즘 스포츠 브라탑 열풍에 가세한 한편 H&M은 언더웨어 라인 존을 따로 마련했고 이마트의 '데이즈' 역시 아웃도어용 언더웨어를 출시했다.
반면 속옷 업체는 평상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비비안은 올 초 종합스포츠웨어 브랜드 '3S'를 론칭했다. 스포츠용 속옷부터 간단한 기능성 운동복까지 두루 갖추고 아웃도어나 스포츠 브랜드에 빼앗긴 고객을 다시 찾아오기 위한 복안이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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