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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부터 깨야 한다(사설)
입력1996-10-09 00:00:00
수정
1996.10.09 00:00:00
금리는 내려야 한다. 우리 금리가 선진국이나 경쟁국보다 2배 이상 높아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감안할때 금리인하 만큼 절실한 과제도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금리를 내리느냐 하는 것이다. 억지로 인하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고금리를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수는 더욱 없다. 어거지 인하는 부작용이 크고 금리자유화 논리에도 어긋난다. 억지로 금리를 낮추면 자금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므로 금리는 순리대로 내려가야 한다.고비용구조를 개선하는데 금리하락이 가장 핵심이다. 수출이 위축되고 성장이 둔화되며 실업률이 높아져 가면서 우리 경제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려면 고비용구조의 개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영삼 대통령은 「경쟁력 10% 높이기」라는 범국민운동을 제창했다. 우리가 잘못하면 중남미처럼 될 것이라며 교훈삼았던 그 고비용 저능률 구조를 개선하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바로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를 비롯한 5고1다의 혁파없이 「경쟁력 10%높이기」는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고금리해소가 중심과제인 것이다. 고금리가 더이상 경쟁력강화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최근 일부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금리하향이 은행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물론 은행이 금리인하에 앞장서야 하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동시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다.
○고비용 구조 파괴의 핵심
본래 금리는 자금시장에 돈이 넉넉하게 해서 내려가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므로 문제는 자금시장에 항상 넉넉한 자금공급을 할 수 있느냐 하는데 있다. 자금시장에 돈이 넉넉하려면 첫째로 저축이 늘고 둘째로 저축된 자산이 딴곳으로 가지 않고 금융시장으로 유입되어야 하며 셋째로 자금수요자가 자금을 알뜰하게 써서 초과수요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은행이 시늉만 내지 않게
그동안 소득의 증가와 함께 저축률이 크게 향상되는 듯 하더니 최근에는 과소비바람으로 저축률이 하락하고 있다. 소득이 늘면 저축도 늘어야 정상적이다. 은행은 또한 금융서비스를 통하여 국민의 소득 증가분을 금융자산으로 유인해야 한다. 남는 돈은 자동적으로 금융저축이 되게 하고 돈이 부족하면 자동적으로 은행이 채워주는 편리한 금고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나 은행이 자금 과부족을 충분히 채워주는 기능을 못하고 있다. 돈을 맡길 때는 그런대로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부족할 때에 채워주는 데에는 인색하다. 따라서 은행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 과당 외형경쟁을 지양하고 내부경영혁신을 통해 생산성제고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중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금리도 내려갈 소지가 생기게 된다.
고금리의 다른 큰 이유는 사업가들이 필요 이상으로 돈을 너무 많이 쓰는 데 있다. 지난 91년 국내총생산에 대한 총자본형성 비율이 38·9%나 되었고 지난해도 37·1%로 매우 높다. 투자율은 높으나 저축률이 따라가지 못하여 금리도 높을 수밖에 없다.
○지준인하 등 유인정책을
또한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94년에 3백2·52%로 대단히 높고 차입금 의존도가 44·54%나 된다. 기업이 금융시장에 손을 너무 크게 벌리고 있어 자금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금융비용도 높아졌다. 고비용을 덜고 금리를 하향시키려면 먼저 기업들이 투자율과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힘써야 한다. 기업이 돈을 물쓰듯 하면서 금리만 원망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과투자가 고비용의 금융구조를 만들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소수의 대기업이 너무 많은 돈을 차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중소기업에도 골고루 자금이 돌아가도록 하며, 특히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업가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시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싼 금리의 해외 자금을 도입하는 문호를 열어주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은행들이 「경쟁력 10% 높이기」에 호응, 금리인하에 시늉만 내는 일이 없도록 또 반짝효과로 끝나지않게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준율인하, 총액한도대출축소 금융채발행허용 증자요건완화 등 규제완화를 단행하고 은행 스스로 경영을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3자의 노력을 통해 금리가 순리대로 내려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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