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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노조에 발목 잡힌 헬스케어 산업

의료법 등 제도정비 시급

애플·구글 앞다퉈 시장 선점… 국내 기업 역차별

삼성전자 '갤럭시S5' <사진=삼성전자>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헬스케어 산업이 낡은 규제와 노조의 반발이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오는 2015년 최대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의료법 등 관련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과 구글 등 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독자적인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보이며 앞다퉈 시장 선점에 나선 상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추진하는 헬스케어 관련 프로젝트가 낡은 제도와 의료계의 반발로 출발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의 합작법인인 '헬스커넥트' 가 있다. 헬스커넥트는 맞춤형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인 '헬스온'과 병원 길안내 서비스 '페이션트 가이드', '입원환자 대상 태블릿 콘텐츠 서비스 '베드사이드 스테이션' 등 병원 솔루션 사업을 하는 곳이다.

하지만 헬스커넥트는 최근 의료민영화 이슈의 중심인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 논란에 휩싸였다.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부터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합법적 회사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서울대병원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측은 헬스커넥트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의료법인의 영리 자회사로 보고 SK텔레콤이 환자 정보를 무단 수집할 수 있다며 총파업까지 들어갔다.

KT도 세브란스병원과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에 막혀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법과 노조 등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뿐 아니라 헬스케어 기기 분야에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5는 출시 당시 심박센서 기능을 탑재했으나 의료계로부터 사실상의 의료기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을 받으며 벽에 부딪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갤럭시S5의 심박센서는 의료기기가 아닌 운동ㆍ레저 등 건강관리를 위한 센서로 구분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외국 기업과 비교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헬스케어 산업의 경우 IT와 의료의 융합이 필수라는 점에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와 그에 따른 기득권 집단의 반발은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IT와 의료 융합이 필수인데 관련법과 제도는 'IT 따로 의료 따로'"라며 "IT기업들이 추진 중인 헬스케어 산업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구글과 애플, 소니 등 외국 IT 기업은 물론 나이키 등 신발업체까지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 들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구글핏'과 '헬스키트' 플랫폼을 출시하며 세계 헬스케어 시장 장악을 선언한 상태다.

이 서비스들은 우리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심박수는 물론 혈압 등 각종 신체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한다. 외국 기업으로 서버를 해외에서 운영하다 보니 국내 법으로 규제할 수단이 없고, 결국 역차별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의료행위와 헬스케어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의료법인 영리 자회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하루빨리 마무리 지어 '리걸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과 통신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상태에서 헬스케어는 사물인터넷(IoT) 등과 함께 가장 유력한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이라며 "의료 민영화라라는 프레임에 매몰 돼 있다가는 해외 기업에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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