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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남자 자살방지 심포지엄

불황으로 인한 남성들의 고통은 한국만이 아닌 모양이다. 일자리를 잃어 경제력을 상실하면 남자가 집에서 괄시를 당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현상일 것이다. 한문의 사내 남(男)자를 보아도 밭 전(田)과 힘 력(力)으로 구성돼 있다.옛날 농경시대에 밭에서 힘을 쓴다는 것은 바로 경제력 창조를 의미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수놈이 힘이 있어 제 영토를 지키거나 사냥을 잘 해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쫓겨나지 않는다. 경제력을 상실한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데 지난해 한국의 남자 자살자가 여자의 2.5배나 됐다. 일본의 지난해 통계를 보니 공교롭게도 남자 자살자가 여자의 2.4배다. 나이들어 여자로부터 이혼 제소를 많이 당하는 것도 비슷하다. 20년 이상 살다가 갈라서는 황혼이혼(黃昏離婚)도 늘고 있다. 불황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남자가 더 많이 목숨을 끊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신분석학 부문에서 남녀의 근본적 성향 차이를 찾기도 한다. 남자는 강하지만 부러지기 쉬운 소나무로 여자는 약하지만 유연한 갈대로 비유하는 것이다. 괴로울 때 여자는 주위의 도움을 구하지만 남자는 혼자 고민하다 스스로를 파국으로 몬다는 것이다. 또 생물학적으로 자기억제 기능이 여자가 더 강하다는 설도 있다. 아무래도 여자는 평소에 많이 참고 살아 어려움을 잘 견디고 관심분야가 많다는 점도 있다. 그 대신 남자는 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많아 평소 일밖에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없어지면 그 허전함을 못 견딘다는 것이다. 불황으로 일을 잃은 남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데 사회적 반응은 상당히 다르다. 일본에선 샐러리맨의 허탈과 자살을 큰 사회문제로 다루며 민간단체들은 구호의 손길을 뻗고 있다. 즉 변호사· 의사들이 주동이 돼 「목숨을 소중히」라는 구호를 내걸고 긴급자살예방심포지엄을 열기도 한다. 또 상담전화를 개설하여 카운슬링에 나서기도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징후가 있으므로 미리 따뜻한 손길을 내밀자는 것이다.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이런 보살피는 문제보다 남을 규탄하고 야단치는 데 너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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