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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도 하락·금융시장 불안 사전 차단

은행엔 단기 유동성 기금 만들어 자금 공급<br>대기업은 채권단 회의체 결성해 선제적 지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실징후 은행에 대한 사전 자금지원과 관련해 “(이 같은 조치가) 대외적으로 우리의 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긴요한 내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면에는 은행의 부실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대외신인도 하락과 대출축소, 금융시장 교란 등을 사전에 막아 보자는 취지다. 또 멀쩡한 대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한마디로 은행과 대기업에 대해 투 트랩으로 사전에 예방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이 같은 선제적 조치가 대외신인도 제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오히려 국내 은행ㆍ대기업이 불안하다는 것을 대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제시하고 있다. ◇은행, 별도 기금 만들어 돈 푼다=한국은행은 현재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따지면 간접지원으로 직접지원과는 차이가 많다. 현행 금융구조개선법에서는 BIS 비율이 8% 밑으로 추락할 때부터 정부가 권고 등 직접 개입에 나서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당정은 이 같은 기준하에서는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더라도 BIS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을 유지하면 선제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BIS 비율이 일정 기준 이상이라도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금융구조개선법’을 일부 개정해 이 같은 내용을 담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기금 마련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의장이 IMF의 ‘단기 유동성 기금(SLFㆍShort-term Lending Facility)’도 참고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SLF는 일종의 별도 기금이다. IMF는 국가부도 등의 위기시 자금을 지원할 수 있으나 사전 부실징후에 대해서는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장치가 없다. SLF는 이머징 국가를 대상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을 때 긴급히 지원할 수 있는 일종의 펀드다. ◇대기업, 흑자 도산 막겠다=대기업에 대해 ‘프리 워크아웃(Pre-workout)’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멀쩡한 대기업이 일시적 유동성에 빠져 흑자 도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현재 중소기업에 대해 프리 워크아웃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중소기업을 AㆍBㆍCㆍD 등급을 나누고 있다. 우량군이나 회생 가능성이 큰 기업은 AㆍB 등급으로 구분해 이자감면ㆍ신규대출 등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CㆍD 등급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채권단 주도하에 시장에서 퇴출하는 제도다. 그러나 대기업의 구조조정 촉진 등을 담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보면 부실이 가시화됐을 때만 여신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해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흑자 도산 방지 등 사전 예방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당정은 이에 따라 기업들의 부실징후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검토 초기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 고려하고 있는 것은 기촉법을 개정,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는 등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포착될 경우 지원하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부실징후가 완연한 기업은 시장에서 조기 퇴출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 “법으로 하면 강제적 성격을 띠게 되는데 시장에서 퇴출될 기업의 경우 주주들의 반대가 거셀 것”이라며 “법 개정을 고려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이에 따라 채권단들이 자율적 협약 등을 통해 대기업의 프리 워크아웃을 촉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건설사의 대주단 협약처럼 일종의 대기업 채권단 회의체를 결성한다는 것.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워크아웃 제도도 채권단 자율협약 형태로 돼 있다. 아울러 이 회의체에서 대기업의 여신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채권단에서 선제적 지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한 연구소 관계자는 “사전적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하게 될 경우 오히려 대외에 ‘한국이 정말 어렵구나’ 하는 시각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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