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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전산화] 금융경쟁력 전산시스템에 달렸다
입력2001-06-17 00:00:00
수정
2001.06.17 00:00:00
정보통신기술 뒷받침없인 생존 불가능시대 도래
전산인프라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금융산업의 화두는 '경쟁력'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구조조정에서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경쟁력을 가다듬고 있다. 공룡들의 전쟁터인 국제금융계도 상황은 마찬가지. 수백년 전통의 거대금융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흩어지고 모인다. 규모나 명성을 가지고 앉아서 장사하는 시절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는 냉엄한 약육강식의 환경에서 전산인프라는 경쟁력을 결정하는 최우선 잣대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역간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전산시스템과 금융IT의 발전이 금융시장을 통합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우수한 전산시스템 확보에 생사를 걸고 있다.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전산경쟁력을 조명한다.
▲ 전산인프라가 생존을 결정한다
국내 5대 대형증권사가 지난해 투입한 전산예산은 모두 3,000여억원.이 같은 현실은 비단 증권사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한 시중은행장은 "본점 차장시절까지 일일 결산에서 주판을 사용했지만 지금보다 훨씬 이익이 많았다며 "금융산업이 전산투자의 노예가 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토로한다.
그러나 그 역시 전산에서 자유스럽지 못했다. 행장 취임후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이 전산투자 확대였다. 전산경쟁력이 은행의 전체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산투자비용에 대한 부담은 업계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합병을 단행하는 것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산투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최근 열린 자본시장발전방향에 관한 세미나에서 "리스크 및 고객관리의 고도화에 들어가는 엄청난 IT투자자금이 증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대형화 합병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하드웨어는 세계 최고수준급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금융산업의 후진성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금융산업이 갖는 IT경쟁력의 현주소는 어디쯤 와 있을까. 국내 금융산업은 '최고급 팔목시계'를 갖고 있다.
정연진 한국오라클 금융영업본부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IT시스템 경쟁력은 세계적인 기준에 전혀 손색이 없다"고 말한다.
국내 금융기관만큼 신기술과 신시스템 도입에 과감한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발표되면 첫번째 고객은 한국 금융기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들의 PC교체주기는 평균 3년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286급PC 사용자가 아직도 적지 않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동안 실제 내용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분야도 적지 않다. 국내 증권사들의 '온라인 트레이딩시스템'은 국제적인 명물도 꼽힌다.
대형증권사들에는 이 시스템을 보여달라고 찾아오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적지 않다.
대신증권 김완규 사이버마케팅팀장은 "시골에도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과 국내주식 투자자들의 까다롭고 다양한 입맛이 맞아 떨어져 상대적으로 우수한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의 거래시스템은 베트남 등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은행과 보험도 마찬가지다. 카드 한 장으로 전국 어느 은행에서나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자랑할만하다. 보험영업에서 설계사들이 컴퓨터를 활용하는 게 일상화된 나라도 드물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IT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 문제는 소프트인프라
문제는 거금을 쏟아부은 전산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데 있다.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반대 폐업 사태 당시 전산시스템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수작업에 의존했다는 점은 이를 극명하게 설명한다. 심심치 않게 발행하는 증권사나 증권전산의 전산 장애도 마찬가지다.
중복투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900여개 국내 금융회사중 100개 대형사를 골라 전산중복투자를 조사, 기투자분의 효율적 활용과 배분 투자를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전산의 힘이 금융권간 영역을 허물고 있는 분야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인터넷을 통해 은행ㆍ증권ㆍ보험ㆍ카드 등 모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인터넷 백화점을 선보였다.
한빛은행은 이에 앞서 전 금융권의 계좌를 통합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증권사들도 홈트레이딩 시스템과 랩어카운트 상품을 통한 종합금융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금융권 IT투자의 선기능이 일부에서나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오는 9월경부터는 야간 증권거래소격인 ECN시장이 개설된다. 투자자의 선택의 폭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금융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금융산업이 전반적 낙후된 상황에서도 전산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기존의 전산투자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금융산업 전체의 수준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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