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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체는 없고 깃털뿐(사설)

한보비리의 여파로 부패공직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요즘 한 중소기업인이 강연회에서 털어놓은 체험적 공직비리 사례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지난달 노동계의 파업사태를 비판한 광고를 신문에 내 화제가 됐던 재이손산업의 이영수 사장은 14일 경총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기업을 경영해온 지난 20여년이 고통의 세월이었다. 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부패구조 사슬부터 끊어야 한다』며 관리들의 부패상을 신랄히 고발해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을 샀다. 이유없이 수출품에 불합격판정을 내렸다가 뇌물을 받고서야 합격도장을 찍어준 수출품검사소장, 군사보호지역에 공장을 지었다가 건축비의 25%를 뇌물로 뜯긴 얘기, 경찰들의 「월부금」요구, 우리기업에 불리한 판정을 내리기 일쑤인 특허청, 기업의 경영건실화를 유도하기보다 꼬투리잡기에 혈안인 세무서, 「기업인의 가슴에 불을 붙여 놓고 돈을 뜯어가는」 소방서, 도움이 절실할 때 일수록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은행등. 이사장은 뇌물을 주지 않겠다던 다짐을 깨고 수출품검사소장 집에 돈이 든 케이크상자를 들고가 무릎을 꿇고 통사정하던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리도 기업하기가 힘이 들어야 하나. 그 가장 큰 원인은 두말할 나위없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때는 그렇게 뜯기고도 장사를 하면 남는게 있었다. 그러나 지금같은 불경기에서는 그래가지고는 남는게 없다. 그래서 공장을 뜯어 외국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해외의 경영자들이 한국을 최악의 투자대상국으로 꼽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악습은 다소 나아졌다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이사장의 증언이다. 한보사태만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기업활동에 대한 관리들의 비리양태는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엇비슷하고 그 규모만 다를 뿐이다. 한보사태에서 그 복잡한 사업의 인허가 과정을 뚫고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어떤 비리가 저질러 졌을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외압의 실체는 바로 사업의 인허가 과정을 파헤쳐야만 밝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찰수사는 공무원들의 비위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않고 넘어가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그 나라에서는 지을 땅을 무료로 제공하고, 그나라 공무원들은 서류를 준비해 우리나라로 달려온다고 한다. 지금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의 공직사회에선 기업활동에 불필요한 규제의 고리를 걸어 뇌물이나 챙기는 악습이 고쳐지지 않고 있나. 이사장은 이같은 공직부패의 고리를 끊는 한 방안으로 상거래를 수표로만 하도록 해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대형비리 사건때마다 사과상자, 라면상자 얘기를 듣는 것도 참으로 역겨운 일이므로 당국에선 규제철폐가 힘들거든 이것부터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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