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 이익창출이 투자확대를 낳고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산업의 삼각 체인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곳곳에서 위험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내외 경기부진 심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반기업정서가 확산돼 기업의 투자의지는 꺾일 대로 꺾이고 경제 전반의 동맥경화 현상이 중증으로 치달으면서 초래된 현상이다.
산업의 선순환 시스템 붕괴는 한국경제에 던지는 치명적 시그널이다.
19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우리 경제는 경제민주화의 프레임에 매몰돼 투자도 고용도 일어나지 않는 빈사상태를 향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고용률 70% 등 새 정부의 국정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더 큰 위험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기업의 이익이 줄면서 실제 투자집행도 위축되고 이것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늘어난 이익으로 투자를 늘리고 이것이 고용확대로 연결되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우선 기업의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25개사의 올 1ㆍ4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1.35%, 9.71% 줄었다. 영업이익은 4.56% 늘었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두 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94%에 달했다. 두 기업을 제외하면 상당수 기업의 흑자폭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본 것이다.
수익성 둔화에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정치권의 대기업 옥죄기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이 설비ㆍ건설ㆍ무형자산에 투자한 액수를 뜻하는 총고정자본형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3.31%로 3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기업들은 올해 신규채용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 중 157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9.5%가 "지난해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신규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14.0%에 불과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제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함께 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기업이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하려면 기업활동을 옥죄는 과도한 입법을 자제하고 기업을 때리는 분위기를 완화해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고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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