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매월 이동통신사로부터 10만 원 안팎의 요금 고지서를 받는다. 휴대폰 할부금이 3만 원 안팎, 이통사에 내는 통신요금이 6만 원 가량. 여기에 각종 소액결제가 1만 원 가량이다.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한 달 통신료가 20만 원에 육박한다. 통신료만 해도 매달 내는 소득세와 맞먹는다.
#통계청 가계동향을 보면 우리나라 도시의 2인 이상 가구의 월 통신비는 14~15만 원 가량이다. 분기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휴대폰 할부금을 포함한 통신장비가 1만5,000원~3만원, 유무선 통신요금을 포함한 통신서비스로 12만원~14만원 가량 된다. 이 숫자는 2인가구 뿐아니라 3~4인가구까지 포함한 수치다.
'존폐'의 기로에 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가계통신비 인하다. 우리나라 통신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휴대폰 과소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가계통신비를 대표하는 통계청 통계가 국민들의 체감 지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통신정책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통신비가 과대계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통3사의 실적을 보면,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는 월 평균 3만5,000원 안팎이다. 2인 가구라 해도 월 7만 원 가량이다. 여기에 평균 2만 원 가량인 유선 인터넷 사용료까지 포함해도 월 10만 원을 넘기 힘들다. 통계청 수치와는 3~4만 원의 괴리가 있는 셈이다.
통신장비는 반대로 과소평가됐을 공산이 크다. 최근 휴대폰 가격은 9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싼 구형 단말기도 50~60만 원을 호가한다. 불법 보조금이 아닌 정상적인 보조금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휴대폰 할부금으로 1인당 2~3만 원, 2인 이상 가구라면 4~5만은 납부하는게 정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통계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소현 통계청 사무관은 "자동차 지출도 통계상 월 9만 원 안팎으로 잡힌다. 그보다 훨씬 싼 통신장비가 월 1~2만 원이라면 통계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계청 관계자는 "통신 지출 통계는 '평균'의 개념이기 때문에 체감 지출과는 다소 괴리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지적을 반영해 올해 1분기부터 통계조사 방법을 다소 바꾸어 통신 장비 지출이 다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통계에 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통계조사가 설문조사 형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조사 대상자들이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 요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채 조사표에 숫자를 기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통신요금 할인인 2년 약정 할인을 휴대폰 할부금 할인으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있다. 각종 소액결제 요금을 통신요금으로 간주해 기입 했을 공산도 적지 않다.
국제비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일본 총무성, 메릴린치 등 해외 기관의 국가별 가계통신비 순위를 발표하고 있으나 기준이 달라 우리나라 순위가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통신비 순위는 25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비싼 반면, 총무성 통계를 보면 하위권에 속한다.
이에 대해 정확한 통계가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조금 규제를 완전 철폐해 보조금 시장을 '양성화'하는 게 가계통신비 인하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휴대폰 등 통신장비 지출이 가계통신비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며 "백화점 할인세일 하듯 아예 휴대폰 보조금을 자율화해 이통사와 제조사간 보조금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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