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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재취업 반칙 판친다] 모피아 "아~ 옛날이여"

은퇴 후 금융사·산하기관 이직 기회 줄고 취업해도 낙하산 오명

행정고시 합격은 출세의 상징이었다. '사무관-서기관-과장-국장' 등을 거친 관료들은 차관과 장관의 꿈도 꾸지만 설령 국장 이상에서 퇴직을 해도 산하기관 등에 취직하고는 했다.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하지만 산하 기관장 취임도 많았다. 노후가 편한 관료들은 그래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관료들의 수난이 심상치 않다. 금융회사나 산하 기관으로 내려가는 사례가 부쩍 줄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특히 심하다. 정권 초기에 반짝하던 것과는 달리 갈수록 관료들의 퇴임 후 자리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의 금융권과 공기업 진출이 부쩍 줄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 한국은행 총재에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를 지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과하면 이성태 전 총재에 이어 두 번째로 한은 출신 총재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도 민간이 장악했다. 이들 국책은행은 재무관료 출신들이 대체로 차지하던 자리다.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임명됐고 기업은행장은 권선주 부행장이 내부 승진을 했다. 공석인 수출입은행장 자리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유력하다. 여기에다 금융 공기업인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서근우)과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김한철)도 모두 민간 출신이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를 거친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연임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등 17곳의 은행장 가운데 모피아 출신은 없다. 정책금융공사 사장에 진웅섭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이 최근 임명된 것만 예외다.

금융계에서는 관료들이 이 같은 수난을 겪는 계기로 BS금융지주의 강압적인 퇴진 사건을 꼽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였던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이장호 당시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얼마 뒤 결국 그는 옷을 벗었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시의 사건은 정권 말기까지 회자될 것인데 금융당국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금융협회의 후임자리도 모피아 출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고위직이 유력할 것이라는 손해보헙협회장 인선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인데 손보협회장도 앉힐 경우 5개 금융협회 모두 모피아가 차지한다는 것 때문이다. 실제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을 빼고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모두 재무관료를 거쳤다.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일각에서는 재무관료 배제 분위기가 오래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인허가·검사권·제재권 등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정권 말이 되면 권한을 바탕으로 금융공기업 및 민간금융회사 최고경영자로 선임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 초기에는 으레 관료를 배제하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3년차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관료들이 자리를 찾아가고는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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