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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브랜드에 도전] <1부> 3. 100년 가는 브랜드에 투자하라

고객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꿀 '아이콘 브랜드' 만들어야<br> 품질 경쟁력등 기본부터 다진후 종합적 그림 마련<br>작은 회사도 틈새시장서 글로벌 브랜드 구축 가능<br>브랜드 육성 전략 CEO차원 강력하게 밀고나가야


지난 1997년 스티브 잡스는 거의 망해가던 미국 애플사에 연봉 1달러만 받는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하면서 "애플을 살려낼 완벽한 계획이 있다"고 큰소리 쳤다. 사람들은 이를 허풍으로 여겼지만 그는 첫 작품인 아이맥(iMac)을 1년 만에 200만대나 판매하는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놓았다. 음악시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아이튠스와 아이팟 역시 대박이었다. 그가 허풍 같은 말을 현실화한 비결은 애플의 브랜드 재창조. 뛰어난 기술에 디자인ㆍ마케팅 역량까지 더해 아이콘 브랜드를 만들어냈고 더 나아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창조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에 기적이 가능했다. 잡스와 애플의 성공사례는 한국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 크다. 한국 기업에도 이제 글로벌 브랜드로 진입해야 하는 숙제가 있기 때문이다. 높은 브랜드 가치를 지닌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성과는 양극화돼 있다. 인터브랜드가 2001년 발표한 상위 10위권 브랜드는 최근에도 1~2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글로벌 톱브랜드로 군림하며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회사들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과 구조조정을 거듭하다 쇠락해가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 가치에 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다는 점은 분명하나 실행이 어려운 것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10대 그룹의 한 브랜드 담당 임원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은 단기적으로 큰 돈을 벌어주는 결과를 가져오는 활동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와 제품이 가진 핵심 가치를 찾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활동을 뚝심 있게 벌여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브랜드 강화활동을 벌이기 전에 품질 등 본원적 경쟁력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때 삼성전자에서 브랜드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한 인사는 "사업ㆍ기술ㆍ제품경쟁력이 전제되지 않고 브랜드 강화활동을 앞서 전개할 경우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한다"면서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도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작업 또한 시민의식 등 기본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기업도 마찬가지로 기본부터 충실히 다진 뒤 브랜드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랜드의 세계에서는 규모가 문제되지 않는다. 작은 회사도 자기 분야에서 얼마든지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틈새시장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제품은 강력한 마니아들을 고객층으로 둔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이나 뱅앤올룹슨 음향제품, 아르마니 정장 같은 글로벌 제품뿐이 아니다. 내수에 국한된 사례지만 국내에서도 '에프킬라'나 '로켓트 전지' 같은 경우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브랜드 가치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어 위원장은 "국내에도 특정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히든챔피언(작고 강한 기업)들이 꽤 있다"면서 "이들의 브랜드 가치를 국가 브랜드와 함께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산업재ㆍ중간재 생산기업들도 이제는 브랜드 시대에 들어섰음을 시급히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텔의 경우 PC 제조사들과 손잡고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벌여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고 고어텍스ㆍ라이크라 등 섬유제품도 최종 소비재에 자사 브랜드를 노출시킴으로써 의류회사보다 더 강력한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 브랜드를 강화해 납품처와의 '갑과 을' 관계를 역전시킨 것이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다. 하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990년대 말 이후 디자인의 개념은 스타일링에서 전략으로 변했다"면서 "이제는 가격과 품질의 시대를 지나 디자인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가 '사랑 받는 브랜드'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선택되는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와 감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사랑 받는 단계로 진입해야 글로벌 톱브랜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브랜드 가치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많이 들고 기업활동 전부문과의 유기적인 협동이 필요하다. 계획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이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브랜드를 키우기려면 CEO 또는 오너 경영자의 인식강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천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업 브랜드 강화, 개별 브랜드 통합, 산업재 브랜드 확산 등 최근 브랜드 강화활동의 트렌드를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들은 결국 CEO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실행 불가능한 과제들이었다"면서 "궁극적으로 브랜드 관리는 CEO 차원에서 책임이 요구되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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