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1일이 되면 중소기업진흥공단 각 지역본부는 새벽부터 줄 서는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월별로 정책자금을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심사 후 대출해주기 때문. 대부분 지역이 그날로 접수가 마감될 정도다.
정부가 정책자금을 20%(6,600억원) 증액하는 것은 유럽발 재정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올해 전체 예산 대부분에 대해 지원이 결정될 정도로 정책자금이 동이 난 상태에서 하반기 비상사태가 몰려오기 전에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위기단계가 높아질 경우 나올 수 있는 보증연장ㆍ확대, 대출만기연장 등의 대책에 앞선 사전 단계로 풀이된다.
중진공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체 3조3,330억원의 예산 대비 업체들의 신청은 144.8%, 지원결정은 88%를 차지했다. 실제 집행도 59.6%인 1조9,8785억원에 달했다. 신성장기반자금과 창업기업지원자금은 각각 100%와 96.7%로 사실상 지원결정이 완료됐다.
업체의 수요도 창업기업지원자금 157.3%, 개발기술사업화자금 166%, 긴급경영안정자금 135.8% 등 정책자금 총액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업체는 신청 금액의 절반가량 받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책자금 예산이 총 4조원으로 확대되면 중기 자금사정도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은행권이 중기 대출 관리를 강화한 것도 정책자금을 늘리는 데 한몫 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들어 나빠진 경영환경 속에 은행 문턱도 더욱 높아져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렵지만 은행 대출이 힘들어 정책자금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은행권은 대상선정의 평가기준이 까다로워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알짜 중기로 혜택이 몰린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업체 관계자도 "은행에서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면서 대출을 꺼리기 때문에 결국 정책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내수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중기 자금사정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기 자금사정은 87.7에서 85.6으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
정부는 증액한 정책자금으로 창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추가 정책자금은 다음달부터 즉각 투입된다. 정책자금 집행기관인 중진공은 ▦창업지원 ▦소상공인 ▦기술개발 등에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불투명한 경영환경 속에 기업 운영을 위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취약 분야인 창업자와 소상공인의 운영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진공은 기존 대출의 원금 상환 연장을 비롯한 내부 조치들도 병행할 방침이다. 중진공의 한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비롯해 시설자금의 수요가 계속 많이 들어오는데 당분간 중기 업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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