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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통합돼도 이민자는 안돼”
입력2004-02-25 00:00:00
수정
2004.02.25 00:00:00
황유석 기자
난민, 불법이민자, 외국인 노동자의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에서 최근 이들의 역내 유입을 차단하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5월 구 동구권 및 지중해 국가 10개국이 새로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 이민자들이 폭증할 것에 대비한 포석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이 외국인 유입으로 겪는 문제는 적지 않지만 최근의 조치는 현실을 무시한 지나치게 급진적이란 비판이 많다.영국 정부는 23일 EU 확대를 계기로 동구권 8개국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대량 유입되는 막기 위해 `근로자 등록제`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근로자들은 최소 2년간 사회보장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해 사실상 세금을 내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영국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강경한 조치다. 연속해서 1년 이상 고용되면 일정부분의 사회보장 혜택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사실상 기대하기 힘든 조건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동유럽국 노동자들이 자신을 부양하지 못한다면 즉각 영국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업계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10명 중 1명은 외국인으로, 영국 내 전체 외국인 건설노동자는 1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한발 더 나가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을 통제할 수 있는 경계선을 벨기에까지 확대하고, 프랑스 정부와는 파리발 런던행 열차 승객의 신원을 검열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중이다.
영국의 야당은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제한하는 이 조치가 고용시장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음성적인 인력시장만을 번성케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자유민주당의 마크 오튼 내무담당 대변인은 “정부정책은 사실이 아닌 허구에 기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네덜란드 하원은 2001년 4월 이전 들어온 2만 6,000여 명에 이르는 망명 희망자들을 추방할 수 있도록 한 중도우파 정부의 법안을 지난 주 통과시켰다. 아직 상원의 심의가 남아있지만 법으로 확정되면 망명신청이 거부된 외국인들은 3년 내에 네덜란드를 떠나야 한다.
`망명자의 천국`이라는 스위스는 지난해 인권이 존중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40개 국가를 선정, 이들 국가에서 오는 난민에 대해서는 망명신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난민 등의 유입을 막는 제재조치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유럽의 만성적 현안인 저임금 노동력의 부족현상이 다시 불거지고 신규 회원국 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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