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해운사이자 벌크선 업계 2위인 대한해운이 업황 악화에 용선(빌린 선박)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해운업계는 대한해운 여파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한해운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용선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차입보다는 회생절차가 빠르다고 판단해 이 같을 결정을 내리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해운의 이번 결정은 최근 60여곳의 선주사와의 용선료 재협상이 실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해운은 지난 2007년~2008년 벌크선운임지수(BDI)가 1만포인트를 넘어서는 호황기 때 높은 용선료로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때문에 대한해운이 매 분기 용선료로 지불하는 액수만 4,0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BDI가 가파르게 하락해 현재 1400 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즉, 용선료는 비싸게 지불하면서도 운임은 싸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해운이 선주사들에 용선료를 깎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자 대한해운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대한해운은 지난 2009년 4,881억원의 영업손실을 본데 이어 지난해에도 3ㆍ4분기까지 4,36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해운업계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형 선사들의 경우 상당수가 대한해운과 같이 용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 업계 1위인 STX팬오션은 대한해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STX팬오션은 호황기 때 비싸게 계약했던 용선을 탄력적으로 줄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STX팬오션은 430여척이던 용선을 지난 2009년 1월 210여척으로 줄였다. 해운사들뿐 아니라 조선사들도 발 빠르게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이날 대한해운이 발주한 선박 물량은 2척뿐이며 2척 모두 아직 건조 작업에 돌입하지 않은 만큼 대한해운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서면심사를 통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한국거래소는 대한해운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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