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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초 고유가시대
입력2003-03-02 00:00:00
수정
2003.03.02 00:00:00
중동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국제유가도 뛰어 올라 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지난주말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 인도 분이 한때 배럴 당 39.99달러까지 폭등, 1990년 10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가는 이라크가 유엔 사찰에 협력키로 약속함에 따라 37달러대로 떨어졌으나 시장불안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40달러선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본격적인 초(超)고유가 시대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경제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침체돼 있는 국내경기가 초 고유가로 꽁꽁 얼어붙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세계의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라크 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 까지는 유가의 불안한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쟁이 발발, 장기전이 되면서 유전시설도 파괴되는 경우다. 생각만해도 실로 끔찍한 예측이지만 이 때는 배럴 당 80달러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억9,000만배럴의 원유를 도입했다. 도입량으로 따지자면 미국ㆍ일본에 이어 세계 3위다. 석유의 해외의존도(97.3%)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더구나 도입량의 77%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정세는 우리에겐 항상 발등의 불이다. 지난 1970년대 중동전으로 인한 1ㆍ2차 오일 쇼크 때가 좋은 경험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정부나 국민 모두 요동치고 있는 국제 원유가의 동향에 대해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이미 유가 폭등에 대비, 3단계의 대책을 마련해 놓은바 있다. 아직은 중동 두바이산이 35달러선을 밑돌고 있어 2단계의 발동도 검토중이 있다. 그러나 WTI가 40달러선에 육박하고 있는 시장 사정을 감안한다면, 또 중동사태가 어려운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두바이산도 마음 놓을 수 없다.
국제유가가 1달러 오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연간 7억5,000만달러가 마이너스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값도 올라 물가는 물론, 수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올들어 2월말 현재 물가는 1.2%나 상승, 연간 목표치 3%대는 벌써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달 중에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각종 공공요금이 일제히 인상된다.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정부가 빨리 나서야 한다. 정권교체기에다 내각의 출범이 늦어져 정책에 혼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급선무는 초 고유가 시대의 경제다. 물가를 잡으면서 동시에 원유파동에 대한 대책을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특히 원유시장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전현식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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