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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경영체계 경영진 쇄신' 발언 이후
입력2008-04-13 18:01:28
수정
2008.04.13 18:01:28
국민과의 소통·지배구조 개선… 삼성 쇄신책 '장고'거듭<br>특검 수사결과 발표 21일 이후 나올듯<br>"'돈이상의 그 무엇' 찾자" 여론충족 고심<br>"자칫하면 그룹 안정성에 역효과" 우려도
‘삼성 쇄신의 최대 화두는 국민과의 소통.’
지난 11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체계와 경영진 쇄신’ 발언 이후 향후 발표될 삼성그룹의 쇄신책에 재계는 물론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의 발언 내용에 비춰 이번 쇄신책에는 지배구조 변화를 포함한 근본적인 구조개편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재계 주변에서는 “삼성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조만간 밝힐 쇄신책이 과연 국민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느냐라는 점일 것”이라며 “설사 이번 특검이 그룹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 않고 마무리된다 해도 삼성 스스로가 국민들의 싸늘해진 시선을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골칫거리를 떠안고 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는 특검 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이라며 “그러나 국민들은 이를 계기로 삼성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를 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쇄신안의 핵심 목표로 ‘국민과의 소통’을 꼽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그룹 전략기획실은 그동안 대선자금 수사, X파일 사건 등 그룹이 겪었던 심각한 위기 국면을 종합 분석하는 동시에 당시 대응책들을 다시 재검토하며 수습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특검이 이르면 오는 17일, 늦어도 21일께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해 삼성그룹의 쇄신책 발표는 이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수사 내용과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면밀히 분석한 뒤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그룹이 11일 강도 높은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특검 결과 만일 잘못이 지적되면 그 분야에 대해 제도 개선이나 후속조치를 해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이유이기도 하다.
표면적인 반응과 달리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는 과연 국민 여론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양상이다. 휴일인 13일 서울 태평로 그룹 본관 전략기획실에는 상당수 임직원들이 출근,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이런 심사숙고에는 지난 X파일 사건 수습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반성이 짙게 깔려 있다.
X파일 수사를 받은 삼성그룹은 2006년 2월7일 이학수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 논란의 진원지였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배정을 통한 증여 과정에서 발생한 이득’에 대한 거센 비판여론을 겨냥해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세금 액수에 해당하는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전까지 “적법했다”며 법정 공방을 벌였던 데서 180도 태도를 바꾼 셈이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관한 헌법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건에 대한 증여세 443억원 부과처분 취소소송도 취하했다.
삼성그룹은 또 ▦사회복지 확대, 자원봉사센터 창단 등에 2,000억원 지원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비판여론 적극 수용 ▦구조조정본부 기능 조정과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등도 함께 약속했다. 문제는 이런 조치에도 불구,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삼성 특검 수사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 내내 삼성그룹의 ‘세금 없는 상속’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이런 국민 여론이 이번 사태를 촉발 또는 확대시켰다고도 보인다.
아울러 삼성 특검이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낼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상속과 관련한 CB 저가발행 등은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삼성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 천문학적인 규모인 8,000억원을 쾌척했음에도 여전히 ‘반삼성’ 기류에 편승한 ‘삼성 때리기’가 지속된 경험으로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돈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판단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삼성그룹이 이번에 내놓을 쇄신책에는 그룹 지배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는 혁신안, 즉 순환출자 해소를 비롯해 지주회사 전환, 계열 분리, 전략기획실 해체 등이 일정 수준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치밀한 타임테이블 없이 근본적인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경우 그룹 안정성 등에 큰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실제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자금 등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한계들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구두선’으로 지배구조개편을 발표해봤자 여론 악화만 불러올 수도 있어 삼성그룹의 쇄신책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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