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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오지를 공략하라” 수주개척 뜨겁다
입력1997-06-30 00:00:00
수정
1997.06.30 00:00:00
성종수 기자
「새로운 시장을 뚫어라.」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우리 해외건설업계의 노력이 뜨겁다. 지난해 28개국이던 수주 국가가 올들어 5월까지 이미 40개국을 넘어섰다. 시장 다변화전략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일부업체가 대형공사 몇 건을 따내 외형을 자랑하던 시대는 이제 갔다. 세계건설시장이 시장이 개방되다보니 대형 공사를 수주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선진국의 기술에 밀리고 개발도상국의 저가입찰에 뒤쳐진다. 여러 업체가 여러 나라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신시장은 대부분 틈새시장이다. 다행히 우리 업체들은 이를 일찍이 인식했다. 지난해 몽고·탄자니아·아제르바이젠·영국 등에 첫 진출한데 이어 올해는 5개월만에 자메이카·이디오피아·튜니시아·폴란드 시장을 뚫었다. 오지를 공략하고 선진국 시장에 도전하는 양면작전이 포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동구와 중남미에 조사단을 파견해 진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공공공사 조달제도 및 진입장벽 등을 조사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편집자주>
◎선진국시장 진출 어디까지 와있나/하청업체 확보애로·자금력 부족 불구/15사 일서 면허취득 3억3,500만불 수주/미선 부동산개발중심 21억불물량 따내
국내 건설업체들이 선진국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철옹성으로만 여겼던 일본, 미국시장도 국내 건설업체의 집요한 노력에는 빗장이 풀릴 수 밖에 없다.
세계 최대규모의 건설시장이라는 일본. 90년부터 2000년까지 공공투자부문만도 4백30조엔규모다. 그동안 자국위주로 집행된 건설공사가 선진국의 시장개방 압력으로 공공공사 입찰 및 계약절차가 개선돼 외국업체의 참여가 용이해졌다.
현재 일본 건설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한 국내 업체는 15개사. 대우, 삼성, 현대 등 대형 건설사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일본시장은 나름대로 특성때문에 실제 공사를 수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담합이 오랜 관습으로 내려오고 외국업체들이 공동도급 및 공사수행시 가장 큰 애로점은 하청회사를 확보하는 일이다. 하청사 대부분이 자국업체와 끈끈한 연을 갖고있어 설령 외국 업체가 일본에서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하청업체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1만여개에 발주처마다 양식 및 제출기한 등이 서로 다르고 대형공사정보가 유출돼 자국 업체끼리의 담합이 난무, 외국 업체들이 발붙일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우건설의 일본 진출은 「철옹성」일본을 정복하려는 국내 업체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대우의 일본 진출은 우선 일본 건설시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것부터 시작됐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면허를 취득한 뒤 소규모 민간공사에 참여해 실력을 인정받은 다음 공공공사로 눈을 돌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본의 대형 컴퓨터회사중 하나인 후찌즈사가 연구소로 사용할 첨단인텔리전트빌딩공사를 따낸 것이 대표적인 민영공사 수주라면 후쿠오까(복강)에 위치한 아시아 정보교역센터 공사를 맡은 것은 공공공사 수주 성공사례다. 그동안 국내 업체의 일본진출 수주액은 모두 3억3천5백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진출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수주액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시장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시장은 철저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투자형 사업이 주를 이루는만큼 충분한 자금력이 선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외국업체의 진출을 막는 규제는 없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력이 부족한 국내업체로서는 여간 어렵지 않다. 보증보험발급이 까다롭다는 점도 국내 업체가 극복해야할 어려움이다.
대형 업체부터 소형 업체에 이르기까지 많은 업체가 진출했으나 대부분 부동산개발공사다. 충분한 자금확보가 미국시장 진출의 키를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제까지 국내업체들이 미국시장에서 따낸 공사는 모두 21억1천4백만달러에 달하고 있으나 공공공사 부문으로의 진출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경남·대우 등 「선진국 시공거절」 활용 아프리카 상륙/30년 기술신뢰바탕 플랜트 등 고부가공사맡기 박차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건설시장은 환경이 참으로 열악하다. 계약에서부터 시공, 철수에 이르기까지 험한 산들이 겹겹이 버티고 있는 세계의 오지들이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이거나 사회주의 국가다.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사업을 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오지를 꺼린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의외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나라가 많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이를 노린다. 일하기는 어렵지만 그 대가가 충분히 주어지는 곳. 그런 오지의 건설시장에서 우리 업체들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정치상황이 불안해 선진국들이 진출을 망설이는 곳이다. 석유가 많이 나와 세계적인 정유사들이 몰려 있으나 건설업체들의 진출은 활발한 편이 아니다. 대우건설은 이 곳에서 스웜프(늪지대) 원유배관망공사와 LNG플랜트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관망공사는 나이지리아 포트하코트를 중심으로 한 남부 일대에서 벌이고 있다. 대우 직원들은 늪지대에서 몇달을 머물며 현지인을 감독한다. 다른 나라 업체들이 꺼리는 열악한 현장에서 시커멓게 그을린 얼굴로 묵묵히 일하는 그들 때문에 우리 해외건설의 기틀이 다져진다. 소액 규모의 스웜프공사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는 보다 큰 공사를 따내기위한 전략적 배려도 있다. 대우는 현지 인력고용에 큰 기여를 해 나이지리아 정부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었다.
늪지대를 쾌속정으로 40분 남짓 달리면 보니아일랜드가 나온다. 대우건설의 4천8백만달러짜리 LNG플랜트공사가 닻을 올린 곳이다.
대우건설 이상영 이사는 『보니섬 플랜트공사는 스웜프공사보다 수익성은 없으나 대우건설의 기술력을 축적한다는데 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지난 3월 이디오피아에서 2천7백만달러의 아디스아바바 공항공사를 수주했다. 이디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남쪽 5㎞ 지점에 있는 아바바국제공항을 넓히는 공사다. 활주로 3.8㎞를 새로 놓고 진입로 5곳과 고가도로를 경남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는 99년 3월 완공된다.
경남기업은 스웨덴·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세계 13개사가 참여한 국제경쟁입찰에서 공사를 따냄으로써 아프리카 진출의 기틀을 닦았다.
그동안 우리 업체의 진출이 부진했던 중남미에는 지난 4월 선경건설이 진출, 중남미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선경은 브라질 국영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사와 8천7백만달러짜리 플랜트공사를 수주했다. 선경이 지난해 7월 불모지나 다름없던 브라질 상파울루에 현지 법인을 설립, 브라질시장 공략에 나선 이후 첫 개가다. 상파울로 동남쪽 40㎞의 마우아시에 건설하며 99년 8월 완공된다.<성종수 기자>
◎개발형 프로젝트 우리업계 현황은/94년 「촉진법」개정따라 미·중서 사업 활발/작년 34억불 벌어… 호·러 등 시장뚫기 총력
국내 건설업체들이 개발형 프로젝트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80년대초 부터다.
당시 쌍용건설이 미 샌프란시스코의 쇼핑센터를 개발형 프로젝트로 수주한 것을 비롯해 벽산건설, 유원건설, (주)건영 등이 미국 시장의 개발형 프로젝트 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
90년대 들어 개발형 프로젝트 사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돼 93년에는 총 수주량이 3억9천5백만달러를 넘어섰다.
개발형프로젝트 사업이 일대전환기를 맞게 된 것은 94년 정부가 「해외건설촉진법」을 개정, 해외공사의 범주에 개발사업을 포함시키면서 부터다.
이전까지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개발형프로젝트를 위한 현지 법인설립과 투자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서 업체가 직접투자 또는 현지 법인을 통한 개발형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처럼 제도상의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개발형 프로젝트 사업의 수주물량도 크게 증가했다.
94년 개발형 프로젝트 수주액은 9억2천5백만달러로 당시 해외건설 총 수주액 74억4천만달러중 12%를 차지했으며 95년에는 15억2천4백90만달러로 18%에 달했다. 특히 해외수주액이 1백억달러를 넘어선 지난해에는 33억5천7백80만달러로 해외 총수주액의 31%를 차지하는 등 해외건설공사에서 개발형 프로젝트 사업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개발형 프로젝트 사업의 주된 시장은 미국과 중국등이다. 미국의 경우 주로 주택, 호텔 등 부동산 개발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재중 외국인 상대의 아파트, 빌딩사업이 활발하다.
최근 대형 업체들은 해외에서 대형 도급공사 발주가 줄어들고 수주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해외건설수주의 30∼40% 이상을 개발형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소업체들도 국내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외 개발형 공사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업체들은 기존 미국·중국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 러시아 사이판 뉴질랜드 호주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자금을 조달, 자본설비를 완성한 후 일정기간 이를 관리·운영해 그 수익을 얻은 후 이를 발주자에게 양도하는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의 사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BOT는 주로 사회간접자본 시설등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공공시설을 민간자본으로 건설·운영하기 위한 프로젝트 금융기법으로 기존의 수주형 공사에 비해 입찰에 따른 위험이 줄고 적정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중 설립예정 프로젝트 경영사/2,400억원 기금조성 해외건설 성공 지원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투자기금이 조성된다. 또 올해중으로 프로젝트 투자경영회사가 설립될 예정이어서 해외건설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투자기금은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건설업체에 지원되는 시드머니(종자돈). 업체들이 수익성있는 대규모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자금이다. 대형 프로젝트 대부분이 개발형 공사로 발주되는 추세여서 건설업체의 사업 성공여부는 충분한 자금력 확보에 달려있다.
해건협과 국내 금융기관은 우선 1단계로 3억달러(2천4백억원)의 투자기금을 조성중이다. 이중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및 투자기관이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1억5천만달러는 아시아개발은행 등 해외에서 들여올 계획을 세우고 투자유치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 설립 3년후에는 기금을 10억달러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프로젝트 경영사는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사업개발 단계부터 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 사후관리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컨설팅을 담당하는 투자 경영회사.
해외건설협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투자경영회사는 프로젝트 개발단계에서 발주처, 프로젝트 정보소유자, 국제개발업자와 제휴, 구상단계에 있는 개발가능성의 조사를 위한 자체 전문가 및 개발금융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분야별 전문가에 의해 발굴된 프로젝트 또는 투자금융사의 자금 및 기술지원에 의해 발굴된 프로젝트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참여자간 협의가 이뤄지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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