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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일은 하게 하자
입력1999-06-03 00:00:00
수정
1999.06.03 00:00:00
한국의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에는 학교운영위원회라는 제도가 있다. 각 학년 별 학부모 대표와 학교장을 포함한 교직원 3~4명, 지역대표 2~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회는 교육부 교육위원회의 지시사항에 대한 대책 마련,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에 관한 학부모와 교직원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한 사항들을 토의하고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늦둥이를 둔 덕택에 지난 3년 동안 시내 모 중학교의 운영위원과 운영위원장직을 경험해 보았다. 이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라면 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되는 사항이 학생과 학교발전에 유익하다면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교육위원회에 일일이 결재를 얻어야만 된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일이다. 학생들의 건강과 학습분위기에 도움을 주고자 교실에 선풍기를 달자고 결의했는데 예산이 문제였다. IMF체제가 시작되면서 예산이 삭감돼 교육청이나 지역구청으로부터 예산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자진해 예산을 마련하고 선풍기를 설치하고자 했으나 특정 목적을 위한 일률적인 모금이나 일부 학부모들의 모금 방식에 의한 예산조달은 안된다고 하는 교육청의 방침이 내려왔다.
이후 학교 발전기금을 독지가나 지역 금융기관, 기업에서 기부 받아 사용할 수 있게는 허용됐다. 그러나 교육청의 지시를 사사건건 받는 운영위원회는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에도 각 학교마다 PTA(PARENT TEACHERS ASSOCIATION)가 있다. 학교내의 모든 사항을 자율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한다. 뭐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학교나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융통성 있게 많은 것이 허용돼야 본래의 좋은 취지가 살려진다. 미국의 모든 명문 대학들이 기부금에 의해 많은 재정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혹시 말썽이 날까봐, 인근의 다른 학교와 과잉 경쟁을 할까봐」 하는 좁은 소견에서 권한을 움켜지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과연 도움이 될까? 차라리 차제에 촌지도 양성화 시키는 것이 음성화된 관행보다 더 떳떳하고 바른 방향일지도 모른다.
가장 개혁이 안되고 발전이 없는 분야가 교육행정이라는 지적을 명심해 권위주의적이고 자기보신 위주의 행정에서 과감히 탈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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