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이 시장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만병통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시장의 실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성으로는 최초로 지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77ㆍ사진)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가 노벨상 수상 후 처음으로 25일 방한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이날 성균관대와 고려대에서 잇따라 특강을 열고 시장의 실패, 관리의 실패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체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오스트롬 교수는 '사회제도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보장되고 지속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회제도가 형성될 경우 정부의 외부규제는 별로 필요가 없다"며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사회적인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공간에서도 이 같은 공유지 비극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가 만병통치이고 시장의 실패를 회복하기 위해 이른바 '정부의 손'이 작동해야 한다는 케인스주의에 새로운 시각으로 반대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공동체 역할론'은 그가 직접적으로 예를 든 환경파괴뿐 아니라 금융 부문이나 인터넷 환경 등에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오스트롬 교수는 규제에 대한 만병통치의 덫(Panacea Trap)을 극복해야만 사회제도의 안정성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브라질 론도니아 숲, 인도 TATR 보호구역 등의 예를 언급하며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생물의 다양성만큼이나 제도의 다양성을 인정해 여러 제도를 적용해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그 자체보다 제재 설계(sanctioning design)를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벌금을 물게 해 강제로 하는 제재는 결과가 비록 좋을지는 몰라도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내가 연구한 결과 자율 제재 시스템을 채택할 경우 목표치의 90%에 달하는 최적의 결과를 얻어내면서 외부간섭은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제도를 자주 바꾸게 되면 세대 간의 단절을 낳아 기초적인 원칙조차 제대로 전수하지 못할 수 있다"며 공유지 관리의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패는 절대악이고 외부원조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피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때 선정위원회는 '공유지 비극'에 대한 그의 이론을 높이 평가했다. 사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이나 정부에 의해 공유자원이 고갈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오스트롬의 이론이다. 기후변화에 맞서고 제3세계의 환경파괴, BP 등 거대기업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환경을 복원하는 데 그의 이론이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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