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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망 자세 유지, 상승탄력 약화 가능성
입력2003-02-17 00:00:00
수정
2003.02.17 00:00:00
이재용 기자
종합주가지수가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600선을 돌파하는 강세장을 연출했지만 외국인들은 실질적인 매도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이라크전쟁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델컴퓨터 실적호조에 힘입어 급등세를 보였음에도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반응은 냉정했다.
외국인들은 17일 외견상으로는 143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이중 삼성SDI주식 시간외 자전거래 매수 물량 460억원어치를 제외하면 사실상 320억원을 순매도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나 은행권 등 기관 중심의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시장수급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없어 반등 기대감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아직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일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당분간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종합주가지수는 1,25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주 말보다 26.63포인트 오른 601.87포인트로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 프로그램 매수 분을 제외할 경우 외국인ㆍ기관ㆍ개인 등 모든 매수주체들이 매도세를 보인 셈이어서 아직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약한 것으로 풀이된다.
◇급등장 속 외국인 관망세=지난달 중순부터 이어진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이달 들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 달 들어 거래소시장에서 2,900여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관들이 이달 들어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기관들은 이달들어 거래소시장에서 3,200여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이나 국민은행의 자금투입 등에 따른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에 별 변화가 없어 본격적인 반등장세는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진재욱 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장은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사지도 팔지도 않으면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며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이동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 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제적인 자금 수요를 고려할 때 외국인 입장에서 `바이 코리아`든, `셀 코리아`든 어느 쪽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당분간 외국인 순매수 전환 기대난=외국인들은 북핵 문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 최근의 유가 움직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주 말 국제시장에서 중동산 두바이유의 경우 전일보다 18센트 오른 배럴 당 30.47달러에 거래돼 지난 200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정책대응 지표인 10일 이동평균 가격도 배럴당 29.65달러를 기록하며 30달러에 육박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전무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가 움직임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국가”라며 “유가급등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익악화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외국인들의 의미 있는 매수세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경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대응이 아직 미흡하다는 점도 외국인들의 관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재정집행, 금리정책, 가계대출억제책 등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정책방향 전환을 기다리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당수”라며 “신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변화를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해 보인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외국인 포트폴리오 교체종목 주목=외국인들은 관망세 속에서도 종목별로는 활발한 포트폴리오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그 동안 지속적으로 사오던 철강업종을 308억원 순매도한 반면 증권 및 전기가스업종은 각각 61억원, 55억원 순매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인들이 관망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종목별 포트폴리오 교체작업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태섭 전무는 “외국인들이 그 동안 한국과 타이완시장에서 중국 특수를 노리고 비중을 늘렸던 철강이나 화학업종에 대해 단기상승에 따른 비중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증권 등 금융주에 대한 관심을 늘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매매동향을 고려할 때 외국인들은 종합주가지수 600선대 초반이 단기고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종목별 슬림화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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