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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경기부양과 경제구조 혁신을 위해 연초부터 줄줄이 고강도 정책과 비전을 쏟아내고 있지만 상당수 정책들이 '공허하고 심지어 허황한 숫자놀음'으로 포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손에 잡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음에도 정책을 입안하는 관료집단은 여전히 보여주기식 정책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정부 합동 브리핑을 취소하면서까지 내놓은 '경제혁신3개년계획'과 각 부처가 밝힌 업무보고에도 정책목표에 대한 과장된 숫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청와대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경제혁신3개년계획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을 250억달러까지 늘리고 △세계 최상위 과학자 300명을 유치한다거나 △2년 뒤 1인당 국민소득을 3만2,000달러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 등은 모두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당장 FDI 규모의 경우 지난 2000년 152억달러를 기록한 후 등락을 반복해 10년 넘게 평균 130억달러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2012년보다 더 줄기도 했다.
1%에 들어가는 최상위 과학자 300명 국내 유치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없다. 자녀교육 등 각종 인프라 구축이 미흡해 끌어오는 데 한계가 많다.
이뿐이 아니다. 가계살림을 옥죄는 사교육비를 매년 1조원씩 줄인다거나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춘다는 정책들도 현실성이 없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솔직히 현실성이 있는 수치인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할 정도다.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추는 것이나 청년 일자리 50만개, 여성일자리 150만개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마찬가지다.
업무계획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강소 중소기업을 뜻하는 히든챔피언을 1,00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히든챔피언은 2012년 말 현재 23개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나 부처의 발표만 놓고 보면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손에 잡힐 듯 바로 눈앞에 있다. 일각에서는 "발표한 계획대로만 된다면 3년 내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셈"이라고 촌평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선임 연구위원은 "숫자를 통한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없으면 공허하거나 혹은 실질이 없는 숫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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