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후계구도를 전혀 마련하지 못한 채 타계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한진해운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진해운의 적대적 인수 가능성은 매우 낮다. 범 한진家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우호주주 등을 감안할 때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여지가 극히 적다. 회사 경영형태 역시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은 이미 2004년부터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회사 측에서도 “유족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한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대주주 지분 안정적”=한진해운측 우호 지분이 30%에 달해 경영권 위협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진해운 지분은 조수호 회장측이 조 회장(6.87%), 한진해운 자사주(8.78%)을 합쳐 15.65%를 보유하고 있다.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측 지분은 대한항공(6.25%), 한진(0.48%), 한국공항(4.33%) 등 11.06%에 달한다. 한진해운은 지난 16일에는 대한해운에 자사주 1.67%를 매각하고 대한해운 지분 7.5%를 매입, 우호 지분이 30%선에 달해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대한항공을 우호지분으로 분류, 형제간 지분 경쟁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4남인 조정호 메리츠그룹 회장이 이미 계열분리를 마쳐 한진해운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관심은 장남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움직임이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한국항공 등을 통해 지분을 높여왔다. 조 회장은 최근 “한진해운 지분 추가 인수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외국인의 적대적 M&A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지난 10월 이스라엘 해운 재벌인 새미 오퍼는 시티그룹을 통해 12.76%의 지분을 보유했다고 신고했지만 추가적인 지분 매입 가능성은 없다고 발표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의 우호지분이 30%를 넘어 외국인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면서 “조양호 회장이 우호지분을 자처한데다 2ㆍ4남이 계열분리를 끝낸 상황이어서 형제간 지분경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정원 사장체제 유지될 듯=한진해운은 영결식이 끝나는 29일 이후 이사회를 열어 앞으로의 경영 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2004년 10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온 박정원 사장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족이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며 “박 사장이 계속해서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 경영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1990년대 초반부터 ▦항공 ▦중공업ㆍ건설 ▦해운 ▦금융 등 4개 부문으로 분리, 4형제가 독자 경영체제를 구축해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한진중공업이나 메리츠금융그룹 등과 달리 한진해운의 법적 계열분리는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10년 넘게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수호 회장의 타계로 인해 조양호 회장이 한진해운 지분을 인수하거나 경영권을 노릴 수 있다는 일부 보도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