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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5만 시간강사는 서럽다
입력2003-06-03 00:00:00
수정
2003.06.03 00:00:00
정원수 기자
3년 전 S대에서 어렵게 역사학 박사 학위를 딴 이모(43) 씨의 `공식 직함`은 수도권 전문대 시간강사.
그러나 시간당 1만5,000원에 불과한 3학점짜리 강의로는 매달 20만원 밖에 벌 수 없어 이씨는 밤마다 학원가에서 논술 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씨는 “아내와 2남매를 돌보는데 박사 학위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며 “젊음을 바쳐 얻은 박사 학위를 상아탑보다 학원가에서 더 대접해 주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만성우울증에 자살충동까지
지난 달 30일 생활고와 임용실패를 비관한 서울대 시간 강사 백모(34) 씨 자살사건을 계기로 시간강사의 비현실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리 10대학 출신으로 2년 전부터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서 강사로 활동해 온 심모(41ㆍ불문학) 씨는 “대학 교육의 50%를 담당하는 교원들을 교육부와 대학 당국이 방치해 빚어진 비극”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4년간의 시간강사 생활을 청산하고 올 초 대구 계명대 전임강사로 임용된 유원기(40) 씨도 “명문대 출신에 매달 200만원의 수입을 올리던 백씨는 시간강사 사이에서 농담으로 `강사재벌`로 불릴 정도로 형편이 나은 편에 속했다”며 “박봉과 불합리한 교수임용 과정 탓에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충동을 느껴보지 않은 시간강사는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부와 대학 당국이 나서야
지난 해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 시간강사는 5만여명. 이들은 학부 교양과목의 54.1%, 전공과목의 29.28%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30, 40대 `예비 교수`들은 시간당 1만5,000~4만여원에 불과한 강사료를 받으며 `막노동꾼` 같은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중 학술진흥재단을 비롯, 정부로부터 학문육성지원사업, 학술연구교수, 포스트닥터 등 각종 인력양성 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강사는 그나마 매달 연구비 160만~200만원을 지원 받는 강사 3,500명에 불과하다.
한국 비정규직 시간강사 노동조합 등 관련 단체들은 백씨 자살사건을 `예고된 참변`으로 규정하면서 정부와 대학당국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대학 교육의 절반을 담당하는 강사가 열악한 임금현실에 내몰린 것은 교육부와 대학당국의 암묵적인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대학강사 노조 변상출(영남대) 위원장은 “교원으로서의 지위 보장과 함께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만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원수기자, 김명수기자, 박경우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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