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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寶庫 사할린서 움트는 '건설 한국의 꿈'
입력2005-09-13 12:55:52
수정
2005.09.13 12:55:52
한때 동토(凍土)의 유배지로 버림받았던 러시아 사할린에서 건설 한국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고유가를 계기로 21세기 에너지 확보전의 서막이 올라간 가운데 98년 환란의 파고를 힘겹게 이겨낸 대우건설이 에너지쟁탈전의 최전선인 사할린에서 한국건설사의 새 장을 열기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연중 절반동안 땅이 얼어 공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과 성실성으로 단기간내 수주공사의 52%를 소화, 600만달러의 추가 수주를 따내 향후 이어질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떠오르는 사할린 = 북위 45-55도에 걸쳐있는 사할린 섬은 일본 홋카이도에서불과 48㎞ 떨어진 러시아 극동의 기다란 섬이다. 남북간 길이가 980㎞지만 면적은 8만7천100㎢로 남한(9만9천900㎢)보다 작다.
일찍이 사할린의 풍부한 천연자원의 매장 가능성을 간파한 러시아가 국토영입을꾀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맞서 1869년부터 정치범 등 죄수를 강제 이주시키면서 소유권을 명확히 했다. 작가 안톤 체홉의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1905년 노일 전쟁으로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의 절반을 나눠 관리하다 2차대전후러시아의 땅으로 모두 귀속됐다.
70년대 주변 해역에서 경제성이 큰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면서 개발계획이 본격화됐고 지금은 섬 주변에서 8개 프로젝트가 착수 또는 진행중이다.
현재 생산중인 사할린 동쪽의 1단계 개발지역에서만 2억9천만t의 석유와 4천200억㎥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지역에서는 현재 하루 7만배럴의 석유와 280만㎥의 천연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사할린 전체로는 석유 225억배럴, 천연가스 2조2천20억㎥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는 전세계 매장량의 5%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곳에서 활동중인 국제 에너지업체만도 엑손모빌, 소데코, 가즈프롬, BP, 로즈네프트, 시노페스 등 10여개에 이른다.
◇대우건설의 진출 = 대우건설이 국내 건설업계로는 처음으로 사할린에 진출한것은 작년 10월이다.
대우는 북쪽으로 800㎞ 떨어진 유정에서 석유 및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남쪽 항구인 프리고노드노예로 이송해 수출하는 사할린Ⅱ 프로젝트중 LNG 플랜트의핵심설비인 천연가스 액화시설 두 개를 건설하는 일을 맡았다.
파이프라인을 타고 들어온 천연가스를 영하 163℃에서 액화시켜 수송선으로 보내는 설비다. 공사기간은 작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며 규모는 7천750만달러다.
사할린Ⅱ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100억달러이나 조만간 200억달러로 증액될예정으로 로열더치쉘이 55%, 일본 미쓰이 25%, 미쓰비시 20%의 지분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일본기업 컨소시엄인 CTSD사가 턴키방식으로 플랜트 공사를 낙찰받아 대우를 비롯, 러시아, 일본, 터키 등 7개국 14개 업체에 각각의 공사를 나눠줬다.
대우는 이곳에 직원 27명, 필리핀. 태국. 사할린 교포 등 840여명이 넘는 인력을 운용하며 공사에 매달리고 있다.
본사직원은 대부분 사내 정예화된 엔지니어와 감독관들이며 필리핀인과 태국인들도 대부분 나이지리아, 리비아 현장에서 공사능력을 인정받은 `제2의 대우맨'이다.
◇대우 `혼을 심다' = 대우는 작년 6월 계약서에 서명한 뒤 10월부터 이곳서 트레인 1의 철골공사를 시작했다.
11월부터 눈이 내려 많을 때는 사람 키 높이까지 쌓이지만 공기단축과 공사비절감을 앞세워 사업을 따낸 대우건설에겐 겨울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다른 공사 현장은 일손을 놓고 있었지만 대우맨들은 파이프 공장을 가동했고 눈을 치우며 골조를 올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김영후 대우건설 공무부장은 "눈은 고사하고 기온이 영하 30℃까지 떨어졌지만겨울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추위에 약한 동남아 건설인력을 독려하며 공사를 강행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는 안전 사고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나이지리아와 리비아의 혹서를 이겨낸 대우맨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상돈 현장 차장은 "사할린 동포들로부터 법적, 언어적, 제도적 도움을 많이받은 게 주효했다"며 "현장 근로자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혼연일체를 낳았고 그것이 현장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우가 올 7월에 이룬 `무재해 100만시간' 기록은 이를 뒷받침한다.
발주처인 CTSD의 고바야시 히데오 소장도 "대우 덕분에 8월말까지 공사 전체의공정이 52%가 마무리돼 계약공정보다 실공정이 빨리가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이대로라면 대우는 완공시점을 2007년에서 3개월정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600만달러의 배관공사를 추가 수주한 것도 대우의 저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대우, 추가 수주 낙관 = 추가 수주에도 불구, 총 계약규모가 8천350만달러에불과한 이곳에 대우가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83년 NNPC 석유화학플랜트 사업에서 6천800만달러짜리 공사를 따내 시작한 나이지리아의 수주가 지금 연간 2억-3억달러에 이르렀듯 앞으로 사할린에서의 사업전망도 밝기 때문이다.
서현우 현장소장은 "이번 플랜트 공사가 끝나면 후속으로 쉘사가 100억달러 가량의 공사를 추진하고 우리나라와 일본, 연해주, 중국으로 이어질 송유관 건설계획도 활발해 질 전망"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 사할린에서 건설 한국의 꿈이 활짝 피어날 그날을 기대해 본다.
(사할린=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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