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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환매가 수급 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주식형 펀드에서 총 2조2,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에 가치주펀드로 5,500억원, 롱쇼트펀드로 1조4,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액티브 성격의 주식형 펀드에서만 환매가 집중되고 있다. 이는 투자자가 주가 전망을 자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롱쇼트와 가치주펀드에 의존해 추세 상승을 이끌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추세 상승을 견인할 수급의 핵심은 액티브 펀드로의 자금유입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중장기 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출발한다. 지난 3년간 시장이 박스권 밴드에 그쳤다는 사실이 비관적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흐름에 근거해 미래를 볼 때 승산이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다.
현 박스권은 '실적에 대한 실망' '신흥시장(EM) 성장동력 약화' '글로벌 정책 정상화 우려'가 맞물린 결과다. 단기적으론 '2000선이 마(魔)의 벽인가'라는 관점에서 실적·유동성·정책에 일희일비할 수 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볼 경우 박스권 탈출은 하향 이탈보다 상향 돌파로 방향을 잡을 전망이다.
중장기 관점에서 주가는 글로벌 펀더멘털에 좌우된다. 이는 성장과 금리의 함수다. 글로벌 성장은 미국 주도의 1강 구도에 유럽 회복이 가세하고 있다. 서유럽 국가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1.5%와 1.8%로 예상된다. 긍정적인 부분은 연초 대비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연착륙을 타진하는 정도에 그치지만, 미국·유럽·중국을 단일 국가로 볼 경우 우상향 성장 경로는 분명하다. 글로벌 통화정책은 국가별로 제각각이다. 미국은 테이퍼링 이후 완만한 금리인상으로, 유럽과 일본은 자국 스타일의 양적완화(QE)로, 중국은 기존의 긴축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이한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리상승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다. 선진국 내 빅5(미국·독일·영국·일본·프랑스) 10년물 시장금리를 국가별 GDP로 가중평균해서 산출한 결과, 현 금리는 2.1% 수준이다. 2012년 7월 저점인 1.3% 대비 불과 0.8% 상승에 그쳤다. 이 정도의 상승추세라면 글로벌 주가에 긍정적 변수로 평가된다. 선진국 시장금리가 3.5% 이상으로 치솟지 않는 이상, 주가와 금리는 동반 우상향 패턴일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글로벌 경기회복과 완만한 금리상승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주식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펀더멘털이다. 여기에 추가해 글로벌 자금은 상대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바닥권에 위치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박스권 하향 이탈보다 상향 돌파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며 펀드 환매를 자제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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